"이노씰 프로젝트 순항 中…'죽음의 계곡' 건널 전략 탄탄하다"

이문수 이노테라피 대표의 기업 철학을 듣자면 '마시멜로 실험'이 떠오른다. 어린아이에게 마시멜로 1개를 주고 15분 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2개를 주기로 했을 때, 먹지 않고 참아서 2개를 받은 아이들은 커서 더 높은 사회적 성취를 거둔다는 실험이다.

2010년 설립한 이래 수많은 '마시멜로'가 이노테라피를 유혹했다. 전에 없던 신(新) 기술 지혈제의 등장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달 수술용 지혈제 '이노씰플러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실란트+메카니컬 에이전트(Sealant+Mechanical agent)' 중분류에서 최고금액으로 급여 수가를 인정받자 기대감은 정점을 찍었다. 대형 제약사와의 판매 협업, 미국을 비롯한 해외 진출까지 이노테라피의 다음 스텝에 시장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문수 대표는 마시멜로 1개에 만족하지 않는다. 마시멜로 2개, 3개를 얻기 위한 또 다른 도전은 이미 진행 중이다. 이달 초 매경헬스와 만난 그는 "이노테라피가 수술용 제품 시장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기 위한 '이노씰 프로젝트'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며 "경영상 '죽음의 계곡'을 건너기 위한 전략도 탄탄하다"고 자신했다.

이문수 이노테라피 대표
이문수 이노테라피 대표

Q. 이노테라피의 의료용 지혈제에는 전에 없던 기술이 적용됐다. 어떤 기술인가.

"홍합은 실 모양의 '족사'를 내뿜어 물속에서도 자신을 바위 등에 단단히 고정한다. 족사의 접착력은 0.1㎜짜리 실 하나가 12.5㎏을 들어 올릴 정도로 매우 강력하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족사의 '카테콜 작용기'라는 화학 구조 덕분이다. 홍합의 접착 방식을 바탕으로 카테콜 작용기의 특징을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개발한 의료용 지혈제가 이노씰, 이노씰 플러스 등 '이노씰 프로젝트' 제품이다. 이 밖에도 카테콜 작용기를 기반으로 여러 의료 재료를 개발 중이고 이를 통틀어 'BiMM(Bio-inspired Medical Materials, 생체모방 의료 재료) 라이브러리'라 부르고 있다.

Q. 기존의 의료용 지혈제와 다른점은.

"첫째, 반응 속도가 빠르다. 이노씰의 카테콜 작용기는 특히 단백질과 매우 잘 반응한다. 혈액에는 알부민과 글로불린 등 혈장 단백질이 있어 둘이 만나면 1초도 안 돼 막을 형성하며 결합한다. 덮는 즉시 출혈이 멈추고 수 분 만에 지혈이 완료될 정도다. 둘째, 적용 범위가 넓다. 수술실에서는 출혈량이 적을 때는 젤라틴 등 고분자 화학 물질로 만든 지혈제를, 출혈량이 많으면 트롬빈과 같이 혈액 응고 단백질이 포함된 지혈제(피브린 글루)를 사용한다. 문제는 후자의 경우 아스피린 등 혈전억제제를 복용하거나 혈우병 등 선천적으로 혈액 응고 단백질이 적은 사람은 지혈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우리 제품은 고분자 재료이면서도 단백질에 버금가는 성능을 낸다. 환자의 혈액 응고 시스템과 무관하게 활용할 수 있다."

Q. 최근 염색샴푸 등 화학물질의 독성 이슈가 제기됐다. 이노테라피와는 관련이 있을까? 

"카이스트(KAIST) 이해신 교수와는 창업 초기부터 기술을 공동개발해왔다. 하지만 이 교수가 제안한 수많은 프로젝트 중에서 이노테라피가 채택하지 않은 제품 중 하나가 바로 염색샴푸다. B2C 산업 수준으로 지혈 물질을 합성하고 대량 생산하기 위해 요구되는 설비투자가 어마어마했다. 단가를 맞출 수 없다면 산업화가 불가능하다. 

의료용 제품과 B2C 제품은 개발 및 규제 과정에도 큰 차이가 있다. 우려되는 원재료가 사용될 경우, 최종 합성물질에서 우려 물질 잔류량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살펴보는 과정도 있고 궁극적으로 최종제품을 가지고 유전독성을 포함한 안전성평가(ISO 10993)를 통과해야만 임상에 들어갈 수 있다. 메디컬 분야는 체외용 제품조차도 다양한 안전성 실험을 거쳐야만 허가를 획득할 수 있는 규제산업이다. 이노씰플러스는 이런 보수적 환경 아래에서 탐색 임상 2건, 확증 임상 1건, 총 3번의 복강 수술 임상연구를 거친 제품이다. 이노씰 또한 국내 및 해외에서 10만건의 사용례에서 부작용 사례가 없었다."

Q. 단백질 대신 고분자 재료를 쓰면서 같은 지혈 효과를 낸다면 가격 경쟁력도 있겠다.

"그렇다. 애초에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설계할 때부터 고분자가 아닌 혈액 응고 단백질 기반의 지혈제와 비교했다. 물론 고분자 지혈제와 비교했다면 허가가 조금 더 쉬웠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낮은 수가를 받을 수밖에 없고 임상 현장에서 차별화를 가져가기도 힘드리라 판단했다."

Q. 허가까지 과정이 가시밭길이었을 것 같다.

"고분자 지혈제는 의료기기에 속하고, 단백질 지혈제는 전문의약품에 속한다. 이노씰플러스처럼 의료기기이면서 전문의약품과 비교 임상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또, 우리가 자체 개발한 신물질이다 보니 약전에 올라온 것도 아니고 비교할만한 선례도 없었다. 초기에는 임상시험 계획서조차 통과 받기가 어려웠다. 규제기관과 적극 소통하며 레퍼런스를 하나씩 쌓아갈 수밖에 없었다.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임상 허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체외용 지혈제 '이노씰'을 출시하는 등 전략적으로 노력했다.."

Q. 이노씰은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미국에서 먼저 허가를 받았는데.

"이노씰은 이노씰플러스를 허가받는 과정에 효과와 안전성을 간접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일종의 '레퍼런스' 제품이었다. 그런데 체외에서 쓰는 2등급 의료기기임에도 신물질을 사용해서인지 이마저도 허가가 녹록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이만큼 연구하고 조사했으면 미국에 한번 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단숨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허가 승인을 받았다."

이노테라피의 '이노씰' [박정렬 기자]
이노테라피의 '이노씰' [박정렬 기자]

Q. 바이오 벤처지만 기초 연구부터 임상, 국내외 허가까지 다양한 경험을 갖춘 것 같다.

"나는 학창시절에 항체 생산 공정을 연구했고 삼성과 CJ 등 대기업에서 일할 때는 전략 기획 파트에서 일했다. 2010년 이노테라피를 창업한 후에는 'BiMM 라이브러리'를 기술수출하려고 준비하기도 했다. 2013년 파일럿 제조를 위한 공장을 짓고 직접 제품을 만들면서 허가를 위해 수많은 임상을 기획, 수행해왔다. 수가 협상을 위해 규제기관도 숱하게 찾았다. 우리 회사는 제약과 의료기기의 경계선에 있고, 전에 없던 물질을 사용하다 보니 외주를 주기가 어려워 모든 것을 직접 처리해왔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경험이 이노테라피의 '자산'이 됐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이에 스스로 자신이 있다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Q. 수익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오랫동안 버티기 쉽지 않았을 텐데.

"초반부터 수많은 유혹이 있었다. 즉시 매출에 도움되는 약국용 지혈밴드나 창상 피복재로 개발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 기술을 일반 창상 피복재에 도입한들 수지가 맞지 않을뿐더러 다른 회사에 기술료를 받을 형편도 못됐다. 두 장 쓸 걸 한 장만으로 충분하니 그쪽에서 볼 때는 메리트가 없을지도 모른다(웃음). 결국 돌파구는 이노테라피의 원천 기술이었다. 가치를 최대한 끌어내는 수술용 의료용 지혈제를 만들어 제값을 받는 게 결국 우리 회사가 살 길이라 생각했다."

Q. 최근 이노씰플러스가 동일 분류 중 최고 수가를 받았다. 향후 계획이 궁금한데.

"이노씰플러스 이전에는 동일 분류의 제품 중 글로벌 기업인 박스터 'Hemopatch'와 메드트로닉 'Veriset'가 최고 금액을 받았다. 이노씰플러스는 이들 제품보다 약 5% 높은 급여 수가를 인정받았다. 국내 제품이 글로벌 제품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건 획기적인 일이다. 다만, 본격적인 사업 활동은 이노씰플러스를 개선한 차기 모델 '이노씰플러스DL(더블 레이어)' 출시에 맞춰 진행하려고 한다"

Q. 이유가 무엇인가. 

“이노씰플러스 만으로도 수술용 지혈제 시장에서 피브린 글루의 대항마로써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했다. 다만, 이노씰플러스 임상을 담당했던 의료진이 다양한 수술 환경과 적응증에서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해달라는 의견을 줬고, 이를 반영해 개선 제품인 이노씰플러스DL을 선보이게 됐다. 부드러운 이노씰플러스에 단단한 '층'을 결합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적용범위를 확대한 제품이다. 애초에는 이노씰플러스로 신물질의 체내용 허가 사례를 만들어 초기 마케팅을 하고, 완성도 높은 이노씰플러스DL로 스위칭하는 전략을 고민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노씰플러스의 허가 후 급여 인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노씰플러스 허가 이전부터 다양한 제약사와 의료기기 대리점에서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급여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계약을 마무리 짓기 어려웠다. 고집스럽게 급여 협상을 추진했던 이유다. 이노씰플러스가 최고 수가를 인정받은 만큼 차기 제품도 이와 동일 선상에서 평가받을 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제약사와 판권 계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최종적으로 급여 수가에 따라 서로의 마진이 결정되기 때문에 낮은 급여가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한들 예상만큼 판매 파트너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대학병원에서 의료재료 코드를 등록하기까지 소요시간과 마케팅 비용을 두루 고려할 때 개선 제품의 판매와 마케팅에 역량을 쏟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이문수 이노테라피 대표가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문수 이노테라피 대표가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Q. 제품 양산이 어려워 시간을 버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이노씰플러스DL의 양산을 대비해 대전 공장을 세팅했다. 이노씰플러스DL의 개발과 임상시험 착수, 허가·급여 협의에 관련한 전략은 이미 마무리됐다. 이노씰플러스 허가, 급여 적용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를 기회로 탈바꿈해 차기 제품들의 허가, 급여 전략을 탄탄하게 수립할 수 있었다. 이전보다 훨씬 속도감 있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즉시 판매, 영업이 가능한데도 이노씰플러스DL 개발에 무게를 싣는 이유는 우리 제품을 실사용 하는 의료진에게 더욱 매력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스터, 존슨앤존슨의 글로벌 지혈제 제품도 초기 출시 후 시장에서 꾸준히 제품을 개선해왔다. 궁극적으로 4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지혈제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발 빠르게 출시되었던 숱한 제품들이 수십 년간 시장을 선점해 온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이기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우리는 시작부터 다를 것이다. 한 손에는 이노씰플러스, 다른 손에는 이노씰플러스DL를 들고 시장에 뛰어들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지 않겠는가."

Q.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으로 예상하나.

"레퍼런스가 어느 정도 쌓인 만큼 이노씰플러스 DL의 임상을 완료하고 CE 인증에 즉시 돌입할 예정이다. 내년 4분기까지는 급여 논의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Q. 이노씰플러스DL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경영상 '죽음의 계곡'이 기다리진 않을까.

"사업적으로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제품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가장 돈을 덜 들이면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방법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규제 산업의 특징상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어떤 험난한 과정이 기다릴지 모른다. 이런 이유로  우리 회사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이 시간의 갭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포기한 분야를 적극 탐색하고 있다. 

Q. 예를 든다면.

"이노테라피는 지난 6월에 비이식형 혈관접속용 기구인 ‘이노락(InnoLOCK Hemostasis Valve’에 대한 의료기기 제조인증을 획득했다. 이노락은 혈관 중재술에 사용되는 제품으로 지혈제를 만드는 우리 회사의 사업 방향과 잘 맞는다. 기존의 영업 네트워크를 통해 공급할 수 있는 제품 즉, '즉시 전력'이기도 하다. 9월부터 병원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밖에 유사한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춰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노씰의 기존 대리점들과 협력하며 단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제약사와의 파트너쉽 논의도 재개하고 있다."

Q. 이노테라피의 비전은 무엇인가.

"수술방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수술할 때 이노테라피의 제품이 필수 제품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지혈 외에도 수술 현장에는 다양한 미충족 수요가 존재한다. 이노테라피의 원천 기술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무궁무진하다. 필름 형태로 쭉쭉 늘려 움직이는 장기를 밀폐할 수도 있고 주사기 끝에 발라 피가 나지 않는 주사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전에 없던 해결책을 제시하다 보면 언젠가 이노씰 프로젝트가 완전한 수술을 대변하는 '고유명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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