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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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은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동시에 5·10년 상대 생존율이 모두 70% 이상으로 치료가 잘되는 암이기도 하다. 발병 위험이 크지만, 완치율도 높은 '두 얼굴의 암'이다.

치료 성적을 좌우하는 것은 조기 검진이다. 이상 증상을 환자 본인이 알아차리는 게 먼저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대변 습관의 변화다. 혈변을 보거나 대변 굵기가 가늘어질 때, 대변 주기가 변하면 일단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복통과 소화불량, 복부 팽만감 등 소화기계 장애가 며칠 간 지속해도 대장암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임대로 순천향대 부천병원 외과 교수는 "대장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혈변이 발생하고 더 진행되면 종양이 대장을 막아 배변이 힘들어지는 장폐쇄와 복부 팽만이 나타난다. 지속되면 장 천공과 복막염으로 악화해 생명에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대장암은 대부분 정상세포가 종양성 용종(선종)을 거쳐 악성 용종(암)으로 진행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장암의 70%는 선종에서 시작한다. 선종이 암이 되기까지 보통 5~10년이 걸린다. 선종이 있어도 증상이 없을 수 있어 발병률이 높은 50대 이상은 정기적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대장암의 발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전체 대장암 환자 중 5~15%가량은 부모로부터 돌연변이나 결함 유전자를 내려받는 유전성 암 환자다. 따라서 2대에 걸쳐 대장암을 진단받았거나 50세 이전에 대장암을 진단받은 가족이 있다면 40세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실제로 직계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을 때는 나머지 가족의 대장암 발생 위험이 최대 8배 높다. 가족 중 종양성 용종을 진단받은 경우나 자궁내막암, 난소암, 위암 등의 대장암과 연관성이 큰 암에 걸린 경우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신체활동이 부족하고 비만할수록 대장암에 잘 걸린다. 붉은 고기(돼지, 소)나 가공육(소시지), 음주를 즐기는 식습관도 대장암 발생을 부추긴다. 흡연 역시 대장암 발생과 관련 있다. 또 다른 환경적 요인은 나이다. 고령은 그 자체만으로 대장암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전체 대장암 환자의 90% 이상이 50세 이상이며 60대에 가장 발생 빈도가 높다는 점을 기억하자.

로봇수술은 수술 시야가 좁고 움직임이 제한되는 골반 내에서도 세밀한 처치가 가능하다. 특히 직장암 치료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고된다. 고려대 구로병원 의료진이 로봇 수술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고려대의료원
로봇수술은 수술 시야가 좁고 움직임이 제한되는 골반 내에서도 세밀한 처치가 가능하다. 특히 직장암 치료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고된다. 고려대 구로병원 의료진이 로봇 수술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고려대의료원

대장암의 표준 치료는 수술이다. 대장은 위치에 따라 크게 결장(위쪽)과 직장(아래쪽)으로 구분하는데 마치 손가락의 지문처럼 모양과 길이가 각각 다르다.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정밀 검사를 통해 대장의 상태와 종양의 위치, 크기, 모양 등을 고려해서 수술 시 접근 방향과 술기를 선택해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대장암 수술 방법은 전통적인 개복 수술에서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로 다양해졌다. 여기에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의 발전으로 일부 환자는 수술 없이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미국임상종양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진행성 하부 직장암 환자가 방사선 치료로 암 조직이 거의 사라진 경우 4명 중 3명은 추가 수술을 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외과, 내과를 포함한 여러 전문가가 함께 대장암 치료 방안을 논의하는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 보편화했다. 절제 불가능한 4기 암 환자도 항암 화학요법과 반복적인 수술로 완치에 이르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민병욱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요즘은 대장암 4기는 ‘말기’가 아니라고 한다. 다른 장기에 전이돼도 절제할 수만 있다면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다학제 진료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전이된 폐, 간 등의 항암치료 횟수나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수술시기, 수술방법 등의 세부 사항을 논의해 맞춤치료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대장암 치료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특히, 항문과 가까운 직장에 암이 발생한 경우 수술 시 항문까지 모두 제거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인공적으로 만든 배변 통로인 ‘장루(인공항문)’를 복벽에 달고 변이 모이는 ‘장루 주머니’를 차야 한다. 외부 충격에 주의하는 한편 터지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자신에게 잘 맞는 장루 주머니를 선택하면 남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수술 후 재발이 두려워 고기를 피하는 사람이 있지만 잘못된 행동이다. 오히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고른 영양 섭취가 필수라서 무조건 고기를 거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몸이 아프다고 잘 움직이지 않는 것도 회복을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될 수 있으면 자주 움직이고 충분히 호흡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약 식사 중 구토, 소화불량, 복부팽만 증상이 계속되면 수술 후 나타나는 장폐색일 수 있다. 수술 부위에 열감이 느껴지면서 빨갛게 변하면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복강경 수술 후 배가 아픈 것은 절개부위에 근육이 덜 붙어서 생기는 ‘절개부위 탈장’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근육 보강 수술로 해결할 수 있으니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음식 섭취 등을 중단하고 병원을 찾는 게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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