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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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는 굶어 죽는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암 환자에게 '암성 악액질 증후군'(cancer cachexia anorexia, 이하 암성 악액질)은 생존을 좌우하는 직접적인 위협이다. 암성 악액질로 유도되는 식욕부진과 체중감소는 전체 암 환자의 10~20%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알려진다. 실제 국립암센터가 국내 암 환자 1만 46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2009)에서 3명 중 3명(64.8%)은 영양결핍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암으로 사망한 환자의 20%는 영양실조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암 환자의 영양 결핍은 정상인의 영양부족이나 굶주림과는 원인과 해결책이 전혀 다르다. 

우선, 암성 악액질의 원인은 암세포 그 자체다.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암세포는 기초대사량을 증가시키고, 부족한 에너지를 뽑아내기 위해 지방은 물론 근육의 단백질까지 분해한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평소 잘 먹던 음식도 역겹게 느끼곤 하는데 이는 암세포가 분비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이 뇌의 식욕 중추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식욕을 잃어 음식 섭취가 어렵고, 설령 충분히 영양을 공급해도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 '이중고'를 겪으며 암 환자의 몸은 점차 피폐해진다.

암성 악액질에 의한 식욕부진은 항암 치료와는 별개로 발병한다. 항암제를 먹지 않아도 암성 악액질이 발생,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암이 진행함에 따라 암성 악액질도 악화한다. 체중 감소 지표에 따라 암성 악액질은 세 가지 단계로 나뉘는데 전악액질(pre-cachexia, <10% 체중 감소), 악액질(cachexia, ≥10% 체중 감소), 불응성 악액질(refractory cachexia)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소화기계 암 환자의 80% 이상에서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지며 림프종이나 유방암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물게 나타난다.

암 환자에게 링거 수액제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소화 능력을 약화할 뿐더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임시방편일 뿐이다. 무리하게 음식을 강요하는 것도 암 환자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해 병을 악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암 환자가 식욕을 잃기 전 즉, 암을 진단받은 때부터 식단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말기 암 환자는 암성 악액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초기부터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대상라이프사이언스 '뉴케어'나 ‘마이밀’, 일동후디스 '하이뮨',  매일유업 '셀렉스' 등 마시는 영양식, 단백질 음료도 가능한 한 빨리 먹어 본 후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골라두는 게 현명하다.

떨어진 식욕을 끌어올리는 약물치료도 주저해선 안 된다. 암성 악액질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약물들이 연구됐지만 이 중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Megestrol acetate)와 시프로헵타딘(cyproheptadine)은 식욕 촉진 효과가 입증돼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쓰이고 있다.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 성분의 대표적인 의약품은 보령의 ‘메게이스’가, 시프로헵타딘 성분의 의약품은 삼진제약의 트레스탄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메게이스는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 성분의 오리지널 제품으로,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 성분 의약품 중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약 20년간 쓰이며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한 약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메게이스(에프)의 처방액은 약 105억 원으로 국내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 제품 중 52%를 점유하며 가장 많이 처방된 약에 이름을 올렸다.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의 작용 기전은 명확하지 않지만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1, IL-6, TNF-α의 생성을 감소시키고, 시상하부에 작용해 식욕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효과는 강력하다. 암성 악액질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의 35개의 임상 시험을 체계적 문헌 고찰한 결과 식욕 개선과 체중 증가 효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우리나라의 10개 의료기관에서 두경부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는 27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유효성 평가에서도 이 약을 1일 1회, 4주 복용한 그룹은 평균 체중이 0.71kg 감소해 먹지 않은 대조군(평균 3.61kg 감소)보다 눈에 띄게 적었다. 구역질, 구토도 줄어 삶의 질도 개선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대한두경부종양학회지, 2008).

현재 메게이스는 재발성·전이성(3~4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악액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초기 암 환자나 근육이 줄고, 입맛이 떨어진 노인의 식욕부진 개선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는 만큼 보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메게이스는 우리나라에서는 암 또는 에이즈 환자의 식욕부진, 악액질 또는 원인불명의 현저한 체중감소 치료에 쓰이지만 외국에서는 허가 범위가 더 넓다.

암 환자는 가능한 식사를 천천히 하고, 시장할 때마다 자주 음식을 먹어주는 게 좋다. 식욕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크래커 등 마른 음식이나 신선한 채소, 과일을 자주 먹는 것도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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