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의 20%는 전문 인력·장비가 부족해 병원 두 곳 이상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응급의료센터에서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비율은 70%에 불과해 '골든 타임'을 사수하기 위한 뇌졸중 센터, 전문 인력 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한 '뇌졸중치료 향상을 위한 병원 전단계 시스템과 뇌졸중센터 현황 및 방향성'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현실을 전하며 "뇌졸중 센터가 마치 복합 쇼핑몰 분포처럼 지역마다 편차가 심한 상태"라고 관심을 호소했다.

이 날 발표를 맡은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는 “뇌졸중은 국내 주요 사망원인 4위 질환으로, 연간 약 1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전체 뇌졸중환자의 78% 이상이 60세 이상의 고령환자인 만큼,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뇌졸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점차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허혈 뇌졸중) 파열되는(뇌출혈, 출혈 뇌졸중) 뇌졸중은 흔히 말하는‘골든타임’ 내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환자의 생명과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은 1일 '뇌졸중치료 향상을 위한 병원 전단계 시스템과 뇌졸중센터 현황 및 방향성'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뇌졸중 치료 안전망 확보를 위해 ▲병원 전단계 뇌졸중 환자 이송 시스템 강화 ▲응급의료센터 분포와 같은 전국적 뇌혈관질환 센터 구축 ▲뇌졸중센터 인증사업 지속·확장 등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사진은 간담회 현장 모습. 사진=대한뇌졸중학회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은 1일 '뇌졸중치료 향상을 위한 병원 전단계 시스템과 뇌졸중센터 현황 및 방향성'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뇌졸중 치료 안전망 확보를 위해 ▲병원 전단계 뇌졸중 환자 이송 시스템 강화 ▲응급의료센터 분포와 같은 전국적 뇌혈관질환 센터 구축 ▲뇌졸중센터 인증사업 지속·확장 등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사진은 간담회 현장 모습. 사진=대한뇌졸중학회

하지만 의료 선진국이라 알려진 우리나라도 뇌졸중 치료만큼은 뒤처진다는 게 학회의 판단이다. 이를 대변하는 수치가 '환자 전원율'이다. 학회에 따르면 2016-2018년 발생한 허혈성 뇌졸중환자의 약 20%는 첫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24시간 이내에 다른 병원으로 전원 돼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편차가 존재했는데 가장 낮은 곳은 제주로로 9.6%, 가장 높은 곳은 전라남도로 환자의 44.6%로 환자의 절반가량이 난민처럼 다른 병원을 찾아 떠나야 했다.

이 정책이사는 "재관류치료(급성뇌경색 환자에게 혈전용해제를 사용해 혈전을 녹이거나, 기구를 뇌혈관에 삽입하여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로 일차 이송비율이 증가할수록, 환자 사망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연구에서 확인된다"라며 "병원 전 단계에서 뇌졸중 환자를 적절한 치료 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골든 타임'을 사수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전문인력 부족과 뇌졸중센터의 지역 불균형 때문이다. 두 요인이 서로 악영향을 미치며 뇌졸중 환자의 초기 대처를 어렵게 하는 상황이다.

학회에 따르면 지역응급의료센터는 22년 5월 기준 215개에 달하지만, 표준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는 67개뿐이다. 뇌졸중센터는 서울·경기·부산 등 특정 지역에 밀집돼 있다. 예를 들어 뇌졸중 환자들의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는 수도권에 57.1%가 집중돼 있다. 뇌졸중 센터가 소위 복합쇼핑몰 분포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차재관 질향상위원장(동아의대 신경과)은 "전남·전북·경북·강원 등과 같이 고령인구의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지역은 뇌졸중센터가 확충돼야 한다"라며" 뇌졸중과 같은 급성기 질환은 치료에 따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거주지역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학회는 지역 불균형의 주원인으로 인력·자원 부족을 꼽았다.

차 질향상위원장은 “뇌졸중 집중 치료실은 뇌졸중 후 환자 사망률을 21% 감소시키는 효과가 확인될 정도로 환자의 예후와 직접적인 연관을 보인다. 2017년 뇌졸중 집중치료실에 대한 수가가 신설됐으나 턱없이 낮아 운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뇌졸중 집중치료실의 입원료는 약 13만원~15만원 정도로, 간호간병통합 서비스 병동 병실료 보다 낮다”고 덧붙였다.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가 뇌졸중 치료의 지역 편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정렬 기자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가 뇌졸중 치료의 지역 편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정렬 기자

 

부족한 지원에 업무는 과도하다 보니 의료기관이 뇌졸중 치료를 꺼리는 현상도 감지된다.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2018년)에 따르면 전국 163개 응급의료센터 중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센터는 113개 밖에 되지 않는다. 10곳 중 3곳(30.7%)이 24시간 뇌졸중 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

학회는 이런 지역편중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전단계 뇌졸중 환자 이송 시스템을 강화하고, 중증응급의료센터 기반으로 뇌혈관질환 센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의료서비스(EMS, Emergency Medical Service)와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센터와의 네트워크 구축 및, 담당 의료기관을 전국적으로 균형감 있게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학회는 "진료권을 기반으로 한 응급의료센터 분포 체계와 같이 급성기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뇌졸중 센터를 전국적으로 확충하고 신경과 전문의를 배치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응급의료와 외상의 경우 1995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제정 이후 5년 단위로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세우고 시행하며 지역-권역-중앙응급의료센터 지정 및 운영으로 전달체계의 구축이 어느 정도 안착된 상황이다.

반면에 심뇌혈관 질환 법률 제정은 2016년으로 응급의료보다 약 20년 뒤졌고, 전달체계의 구축도 전국에 13개 권역 센터만 지정된 미비한 수준이다. 올해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기금 2,759억 중 암과 관련된 예산은 1,019억 정도로 편성되어 있지만, 중증필수질환인 뇌졸중과 관련된 권역심뇌혈관센터 지원 예산은 71억으로 훨씬 뒤떨어진다.

이 정책이사는 “뇌졸중은 적정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환자의 예후가 급격히 달라지는 급성기 질환임에도 현재 전문의 부족, 뇌졸중 센터 운영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지역별로 상당히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며 "변화하는 인구구조와 치료 환경을 반영해, 병원전단계에서 적절한 기관으로 이송되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며, 더불어 치료의 질 관리를 위해 자원 배분 역시 적절하게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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