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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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배우 김우빈의 투병 사실이 알려지며 대중에게 각인된 비인두암은 코에 발생하는 두경부암의 일종이다. 비인두암을 포함해 비강암, 부비동암도 코에 발생하는 두경부암이다. 깊은 곳에서 나타나 보이지 않는데다 이름마저 생소해 대중의 인지도가 여전히 낮다.

■ 비인두암, 목이 붓고 아플 때 의심

비인두는 코(비강)의 안쪽에 들숨이 만나는 공간이다. 인구 10만 명 당 1명꼴로 발생할 만큼 희귀한 암인데 여성보다 남성에서, 중년층에 발병률이 높다. 흡연이나 '엡스타인 바 바이러스'(EBV) 감염 등이 주요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비인두암은 의외로 코가 아닌 목이 붓고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비인두에 생긴 암이 목의 림프절(경부림프절)에 잘 전이되기 때문인데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이런 경부 림프절 전이가 발견된다. 비인두암은 저분화형 편평상피암이 많아 다른 두경부암보다 멀리 떨어진 폐, 뼈, 간, 뇌에 전이되는 경우도 많다. 종양이 커지면 코의 증상(코막힘, 코 피 등), 귀의 증상(이명 등), 뇌 신경 증상(귀가 막히거나 사물이 이중으로 보임, 안면의 삼차 신경통 등)이 차례대로 나타난다.

비인두암은 이비인후과 내시경을 통해 진단하고 암이 의심되면 추가로 조직 검사를 진행해 확진한다. 경부 림프절에서 암이 발견돼도 비인두가 원발부위라고 생각될 때는 조직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이후 CT, MRI, PET-CT 등 영상학적 검사를 진행해 병기를 파악한다. 

비인두는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기 어려운 부위라 방사선 치료를 주로 적용한다. 초기일 때는 방사선 치료와 화학 항암제를 병용 치료하는 것으로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인두암 치료 후의 5년 생존율은 초기 80%대지만 진행된 이후 30~40%까지 떨어진다.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 비부비동암, 용접·화학물질 작업자 보호장비 필수 

코 안의 빈 곳인 비강에 발생한 암을 비강암이라 하고, 비강 주위에 있는 동굴과 같은 부비동에 발생하는 암을 부비동암이라 한다. 이들 암은 서로 인접해 있고 특징이 유사해서 한데 묶어 비부비동암이라 불린다. 

비부비동암은 전체 암의 1% 이하, 두경부암의 3~5%를 차지하는 드문 암이다. 상악동(60%)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다음으로 비강(20%), 사골동(15%)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비부비동암의 발생은 직업적 요인이 크게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니켈, 크롬, 이소프로필 알코올 등 금속 화학 물질을 취급하거나 땜질, 용접 등을 하는 노동자, 나무나 가죽 가공을 하는 사람에게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흡연자 역시 비부비동암 고위험군에 속한다. 금연하고 작업 시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것이 암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코 막힘과 코피가 한쪽에만 반복해 나타나면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 막힘과 코피가 한쪽에만 반복해 나타나면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부비동암일 땐 코 증상, 예를 들어 코 막힘과 코피가 한쪽에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콧물, 후비루 등 부비동염 증상과 비슷해 감별이 쉽지 않다. 암이 호발하는 상악동은 위쪽 어금니 위쪽에 존재하는데 상악동 종양이 커지면 특별한 이유 없이 치아가 흔들리거나 잘 맞던 틀니가 불안정해지기도 한다. 눈으로 종양이 침범하면 시력 장애, 사물이 둘로 보이는 복시, 안구 돌출 및 충혈이 나타날 수 있다. 

비인두암과 마찬가지로 내시경→조직 검사로 확진하고 CT, MRI, 복부 초음파, 뼈 스캔(bone scan), PET-CT 검사를 통해 암이 퍼진 정도나 전이 여부를 파악한다. 다른 두경부암과 비교해 경부 림프절 전이나 원격전이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눈이나 뇌 같은 주요 부위를 보존하고 되도록 안면 변형이 작도록 수술하는 게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비강 또는 부비동에 국한된 초기 암은 내시경 수술로 제거하고, 암이 진행된 경우는 안면부위의 피부를 절개하는 전통적인 수술을 집도하게 된다.

비강과 부비동에 발생한 암을 절제하면 얼굴이 변하고 언어 장애, 연하 장애(삼킴 장애) 등이 따를 수 있다. 언어 치료, 연하 장애 재활을 비롯해 재건술이 수술 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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