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학 권위자 김규봉 단국대 교수, THB 성분은 발암 확률 높아
식약처, 유전 독성 있는 'THB' 화장품에 사용 불가 원료로 판단
유럽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 THB 사용 금지 목록 추가

외모에 부쩍 관심이 높아진 요즘이다. 2년 넘는 기간 마스크가 얼굴을 대체했지만 이젠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헤어스타일 역시 외모 관리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탈모 인구가 1천만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국민 5명 중 1명꼴 이다. 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제외하면 체감은 훨씬 높다.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탈모를 고민하는 여성들도 많아졌다.

탈모 치료와 약 복용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부작용에 대한 고민도 한몫한다. 대신 관련 제품들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탈모 예방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샴푸도 그중 하나다.

사진 = 모다모다 제공
사진 = 모다모다 제공

최근엔 탈모 예방은 물론 염색까지 가능하다고 광고하는 기능성 샴푸가 출시돼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염모 효과를 내는 샴푸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이전부터 기술력은 있었지만 당시 시장 분석과 검증이 부족했다.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조용히 사라진 케이스다.

그런데 최근 한 기업이 자연갈변샴푸라며 4주만에 새치가 흙갈색으로 변한다는 제품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 샴푸다.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와 모다모다가 함께 제품 개발에 나서 작년 8월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사람마다 효과도 다르고 평가도 다양했지만 홈쇼핑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틈새시장의 판을 키웠다는 업계의 평가다. 

원리도 재밌다. 홈페이지 소개를 보면 바나나가 거뭏게 변하는 원리를 적용했다고 주장한다. 바나나에 있는 폴리페놀 효소가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 생기는 현상으로 점점 시간이 갈수록 흑갈색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답을 찾았다고 설명한다. 무려 7년이나 연구했다고 회사는 덧붙였다. 

식약처가 고시한 염모제 성분 5가지(PPD, p-아미노페놀, 황산 톨루엔-2, 5-디아민, m-아미노페놀, 4-아미노-2-하이드록시톨루엔)를 첨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리콘, 파라벤, 인공색소, 인공향료 등 8가지 화학성분이 없는 안전한 제품이란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유전독성 위험이 커 2020년 유럽에서 사용 금지된 1, 2, 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성분은 버젓이 제품 핵심성분으로 사용했다.

국내 독성학 권위자 김규봉 단국대 교수는 매경헬스와 통화에서 "유전독성이 있으면 금지시키는 게 맞다. 유전독성 자체는 돌이킬 수 없다"며 "일반적으로 이런 물질에 노출이 되면 안된다. 발암 확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모다모다 제품 사용자 후기 온라인 댓글 내용. 사진 = 온라인 기사 댓글 캡쳐
모다모다 제품 사용자 후기 온라인 댓글 내용. 사진 = 온라인 기사 댓글 캡쳐

모다모다 제품에 THB가 소량 함유돼 있어 문제 없다라는 업체측 주장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유전독성 물질은 다른 물질과 달라 유전자에 영향을 주면 비가역적"이라며 "독성물질의 농도가 높다 낮다가 중요한게 아니다. 유전 독성 물질은 역치가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발암물질은 일반적인 독성물질과 달리 역치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발암물질에 노출돼 단 하나의 변이만 생겨도 암이 생길 수 있는 확률이 생기기 때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THB를 화장품엔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판단했다. 식약처는 작년 12월 이 성분을 추가한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그 근거로 유럽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 위해평가 결과를 참고했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1,2,4-THB에 대해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에서 위해평가를 실시했고, 그 결과 2020년 12월 유럽의 화장품 사용금지 목록에 추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매경헬스와 통화에서 "유럽에서 발표한 SCCS 논문에 THB 성분이 유전독성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며 "식약처도 오랜시간 검증된 데이터를 가지고 다시 국내 전문가들과 검토 끝에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국내 전문가 자문 회의를 통해 유전독성 물질의 경우 사용량이나 사용환경 등과 무관하게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지적한 부분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또한 피부감작성, 피부자극성, 급성독성, 반복투여독성, 생식발생독성, 피부흡수 시험자료를 검토한 결과 1,2,4-THB 성분은 피부감작성 및 약한 피부자극성 물질로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모다모다는 THB가 유럽에서만 금지하고 있고, 미국이나 일본, 호주 등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현재 네거티브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사용 금지 목록을 정하고, 나머진 다 허용하고 있다"면서 "유럽은 1,600여개를 금지 품목으로 정했고, 국내의 경우도 1,200여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단 9개만 금지하고 있다"며 국가별 법제도 환경의 차이를 예로 들었다.

바꿔 말하면 미국의 경우 원하는 성분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 엄중한 책임을 져야하는 등 법률 환경이 다르고 제조물 책임법도 달라 직접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모다모다측의 주장은 성분이 안전하다는 증거를 추후 제출하겠다는 의미지 기존 밝혀진 증거를 부정하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유럽의 경우 안전하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금지 품목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현재 모다모다는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 권고로 국내 영업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규개위는 지난 3월 식약처 처분과 업체 소명을 듣고 THB의 유해성 여부를 검증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서도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행정 시스템은 존중한다"고 전제한 뒤 "규제개혁위원회같은 공식 정부 시스템까지 가서 식약처 의견과 반대되는 업체의 주장이 인용된 사례는 기억에 없다"며 말을 아꼈다.

결과적으로 모다모다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규개위 권고는 안전하다는 증거를 통해 유해성 여부를 명확하게 검증하라는 의미다. 

최근 모다모다의 행보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국내 홈쇼핑에서 모다모다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며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 미국 유명 유통회사와 계약을 성사시켜 해외 진출을 했다고 자랑한다. 안전성에 대해 어떤식으로 검증을 하고 있고, 증거를 모으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모다모다가 핵심 성분인 THB에 대해 충분히 안전하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다면, 또 식약처가 위해성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제품은 더 이상 판매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제품을 사용한 수 많은 사람들은 안정성이 의심받는 유전독성 물질에 무방비로 노출한 셈이 된다. 

식약처는 "화장품에 1,2,4-THB를 사용금지 성분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한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권고 사항을 존중해 추가적인 위해평가를 1년 이내에 완료할 계획"이라며 "권고에 따라 2년 6개월 기간 이전에도 추가적인 위해 평가 결과 THB가 위해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곧바로 사용금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모다모다에 과장광고 처분을 내린 식약처 처분이 타당하다는 재결(심판청구사건에 대한 심리 결과에 따라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하는 행위) 판단을 지난달 초에 내렸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모다모다 자연갈변샴푸가 의약품 오인 광고 부분 및 기능성 화장품 오인 광고 부분, 사실 오인 광고 부분 등 과장광고를 이유로 4개월간 광고금지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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