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일 지놈오피니언 대표에게 듣는 정밀의료 현재와 미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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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과 연구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유전체 분석 기반의 진단·치료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유전체 진단 업체는 의뢰받은 혈액 샘플을 분석하기만 할 뿐, 임상적인 의미까지는 깊게 찾지 못한다. 반대로 의료 현장에서는 병을 일으키는 유전체 하나하나를 발견할 순 있지만 대규모 유전체 빅데이터를 처리·해석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

임상 데이터는 의료기관, 유전체 분석 장비와 기술력은 진단 업체로 이원화된 상황에서 유전체 분석 기반의 신약 개발은 더딜 수밖에 없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조차 신약 개발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수준의 대규모 분석 장비를 갖추고도 여전히 제약사가 요구하는 유전체 검사 자료를 전달하는 '보조' 역할에만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지놈오피니언의 행보에 업계 시선이 쏠리는 배경이다. 이곳은 이미 자체 보유한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약사와 공동연구를 시작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또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국내 최초로 한국인 맞춤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측정 모델을 개발, 서비스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600명이 못한 일을 20명이 해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정밀의료계 '히든 챔피언'으로 부상한 고영일 지놈오피니언 대표(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만났다.

▲ 지놈오피니언은 어떤 회사인가

지놈오피니언은 바이오 인포메틱스(Bio-Informatics) 기술을 통해 바이오 마커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진단, 표적 신약 개발 등의 정밀의료를 수행하는 기업이다. 2017년 의사·약사, 삼성 SDS 출신의 바이오 인포메틱스 연구원 등이 의기투합해 설립했다.모두 서울대병원에서 최초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 서비스를 런칭한 주역들이다. 함께 일 한지는 10년쯤 됐다.

▲ 지놈오피니언이라는 사명에 눈길이 간다.

지놈오피니언이란 사명에는 유전체 데이터를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활용도를 제시해주자는 의미를 담았다. 진단 서비스뿐만 아니라 이를 개인의 건강 증진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고민하고 알려주는 회사가 되고자 했다. 유전체 분석 기반 신약 개발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신약 개발은 물질(바이오 마커) 이전인가 공동 개발인가.

공동 개발이 더 적합한 표현이다. 궁극적으로 기술 이전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 외에도 내년(2023년)까지 2개 이상의 추가적인 임상 수준의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고영일 지놈오피니언 대표는 "지놈오피니언은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진정한 정밀의료를 실현하고자 하는 비전을 담았다"고 말했다. 사진=지놈오피니언
고영일 지놈오피니언 대표는 "지놈오피니언은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진정한 정밀의료를 실현하고자 하는 비전을 담았다"고 말했다. 사진=지놈오피니언

▲ 글로벌 역량을 갖췄다고 하는 대규모 유전체 분석 업체도 신약 개발은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지놈오피니언은 환자 데이터 기반의 바이오 마커 발굴·확보에 집중해왔다. 신약 개발에서의 활용도가 실험실에서 개발한 바이오 마커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높을 수 밖에 없다. 유전 정보는 임상 정보와 결합하지 않으면 의미를 찾기 어렵다. 지놈오피니언은 병원과 다수의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했고 이를 통해 자체적으로 특정 유전체 변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해석하고 모델링할 수 있게 됐다. 유전체 진단 서비스를 하는 회사도 있고, 검사 키트를 공급하는 회사도 있지만 자체 생산한 유전체 데이터로부터 신약 개발의 아이디어를 내고, 이걸 제약사와 비즈니스로 옮기는 곳은 우리가 거의 유일하다. 

▲ 의료기관이 환자 유전체 정보를 공유하기 꺼릴 것 같은데.

저 역시 의대 교수로서, 의학자라면 누구나 환자 증상·질환과 유전체 정보를 연결·해석하려는 의욕과 능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의료기관이 지놈오피니언과 다양한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것은 우리 회사의 테크놀로지가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라 본다.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자'는 회사의 비전에 공감해 환자 샘플을 먼저 보내줄 정도로 깊은 신뢰가 형성된 의료기관도 있다. 임상 현장에 가면 "이 연구는 의미가 있다"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응원과 당부의 메시지를 많이 받는데 그럴 때마다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 회사의 강점은 무엇인가.

지놈오피니언은 선천적인 유전체 변이와 후천적인 유전체 변이를 모두 다룬다. 전 연령을 아우르는 유전체 관련 서비스를 수행한다는 점이 강점이라 생각한다. 신약 개발과 함께 유전체 분석 기술 기반의 한국인 맞춤형 심혈관질환 예측 모델 서비스도 대형 건강검진 기관을 중심으로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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