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사진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특허를 장려하되 특허 독점 이윤을 규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허기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아야 한다.

특허대신 신물질 허가기준을 대입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물질 개발은 잠재적으로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안정성 규제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동안 쏟아 부은 자금은 모두 ‘매몰비용’이 된다.

코로나-19 백신은 신물질로 엄격한 안전성 규제를 적용받았을 터임에도 ‘부작용’이 보고된다. ‘100% 무위험’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용인되는 범위’ 내에서 부작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임상 5상이 아닌 임상 3상이 기준으로 정착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2월 27일 ‘잠재적 유전독성’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특정 물질을 화장품 원료 사용금지 목록에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화장품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이 그대로 고시될 경우, 국내혁신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국내 특정제품’이 규제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여기서의 특정물질과 특정제품은 ‘THB’와 ‘자연갈변 모다모다 샴푸’다. 

이 제품은 모발(毛髮) 단백질 표면에 흡착, 공기 중 산소와 접촉하면서 자연갈변을 일으키는 원리를 이용해 흰머리를 염색시키는 약용 샴푸이다. 사과를 깎아 놓으면 갈색으로 변하는 데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모다모다 샴푸는 2021년 신생 벤처 기업의 제품으로 2021년 6월 미국, 8월에 한국에 출시됐으며, 출시 이후 지금까지 200만병 이상이 판매되었다.  

만약 모다모다 샴프가 식약처 의도대로 규제되면 국내 추가 판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미국 등 해외시장에만 의존해야 한다.

우리 기술과 자본으로 개발된 ‘K-뷰티’의 첨병인 새로운 발상의 자연염색 샴푸를 우리 손으로 죽이는 꼴이 된다. 자국에서 팔지 못하는 것을 외국에 판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옳은 일이 아니다.  

식약처의 조치는 합당한가?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식약처가 긴급한 조처를 요구할 정도로 심각한 THB의 독성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는 게 사실이다. 결국 외국 문헌에 의존해야 한다.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는 물론 세계보건기구에서도 THB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찾아볼 수 없다. 식약처의 예정된 규제 조치는 ‘고농도에서 유전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유럽 제품안전성 과학위원회 (SCCS) 보고서에 의존한 것이다.   

그렇다면 모다모다 삼푸 사용이 SCCS 보고서에서 언급된 ‘유전독성이 나타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는지에 대해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 ‘잠재적으로 유해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무작정 규제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모다모다 샴푸가 ‘국내를 포함 전(全)세계적으로 200만병이상 판매되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이용자로부터 부작용에 대해 불평·불만이 접수되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고객충성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의약품 개발에서 ‘임상실험 결과 부적용이 없다’는 판단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해도 된다.  

식약처 규제가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도 따져봐야 한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기존의 염모제’로 돌아가야 한다. 국내 염모제 시장이 화장품 시장에 비해 외형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것은 혁신과 기술발전이 그만큼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신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 현실에의 적합성’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충분치 않은 외국의 연구보고서에 기초한 ‘잠재적 우려’를 근거로 규제의 칼을 뽑는다면, 한국에서 혁신은 더 이상 뿌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다.

혹여 혁신 제품 출시가 업계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절된다면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이해중립적인 제 3자의 소견과 판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본 칼럼 내용은 칼럼니스트 개인 의견으로 매경헬스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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