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간암은 대부분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간경변증 등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서, 수술이나 간 이식과 같이 완치를 바라볼 수 있는 치료는 대략 30% 전후 환자에게만 시행되고 있다. 때문에 오랫동안 간암은 예후가 매우 불량한 암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간암 중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히는 만성 B형 간염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제들이 널리 사용되고 있고, 영상의학의 발전과 암 조기 검진 확대가 맞물리면서 간암이 초기에 진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간 절제와 이식 기법의 고도화, 경동맥화학색전술과 고주파 열치료 등 국소 치료법의 발달, 새로운 방사선치료법과 표적치료제의 개발 등이 가세함으로써 간암 치료는 획기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

다른 암종보다 생존율은 아직 낮은 편이지만 과거와 비하면 현저히 향상됐다. 5년 상대생존율이 1993-1995년에는 11.8%에서 2014-2018년에는 37.0%로 크게 올랐다. 서구의 경우 15% 전후임을 감안하면 국내 간암 치료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간암의 정의와 종류는?

간암은 간에 생긴 악성 종양을 뜻한다. 성인의 원발성(原發性) 간암(간 자체에 기원을 둔 암) 중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간세포암종을 의미한다. 병리학적으로 원발성 간암에는 간세포암종(肝細胞癌腫), 담관상피암종(膽管上皮癌腫), 간모세포종(肝母細胞腫), 혈관육종(血管肉腫)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또 간세포에서 기원한 간세포암종과 담관세포에서 기원한 담관세포암종으로 나뉜다.

이중 간세포암종은 우리나라 원발성 간암의 약 74.5%를 차지하고, 그 다음이 담관세포암종이며, 그 외의 암종은 드물다.

간암은 별도 규정이 없을 경우 간세포암종을 뜻한다.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데 간암 경우에도 적용된다.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다가 서서히 나타나며, 증상이 뚜렷해졌을 때는 이미 말기까지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은 오른쪽 윗배에 통증이 있거나 덩어리가 만져지고, 복부 팽만감, 체중 감소, 심한 피로감, 소화불량 등이다.

간경변증 환자에게 간암이 발생하면 갑자기 황달이나 복수(腹水)가 심해지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은 대부분 암이 많이 진행된 뒤에 나타나는데, 증상이 전혀 없든지 모호하게만 비치는 상태에서 건강검진을 받다가 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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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발병 원인과 예방법은?

간암은 발생 관련 위험인자가 다른 암보다 잘 알려져 있다. 만성 B형 또는 C형 간염, (모든 원인의) 간경변증, 알코올성 간질환, 비만이나 당뇨와 관련된 지방성 간질환, 그리고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특정 곰팡이류가 만들어내는 발암물질 아플라톡신 B(aflatoxin B) 등이 간암 위험을 증가시킨다.

대한간암학회 발표에 따르면 간암 환자 72%가 B형 간염바이러스(HBV, hepatitis B virus), 12%가 C형 간염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의 영향을 받았으며, 9%가 알코올, 4%가 기타 원인과 연관이 있다.

그러나 이런 위험요소들에 노출됐다고 모두 암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그것이 축적돼 암이 생기게 됨으로, 평소 위험요인들을 피하고 예방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간염바이러스 감염을 피하는 것이 예방책의 핵심이다. 전체 간암의 85% 가량이 간염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다.

또 간경변증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암 위험을 높이므로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다.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비만이 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간암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식생활과 적당한 운동 및 체중 유지가 필요하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도 비만만으로 지방성 간염이 생길 수 있으며, 비만이 지속하면 간경변증과 간암의 위험이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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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진단과 치료는?

대부분 암은 진단할 때 조직검사를 하는데 간암은 조금 다르다. 조직검사 없이 영상검사와 혈액검사(종양표지자 검사)로 진단한다. 이렇게 진단 되지 않을 경우 조직검사를 한다.

이런 진단 과정에 따라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에게서 1cm 이상의 결절이 발견되고 위의 영상검사 중 하나 또는 두 가지 이상에서 합당한 소견을 보이면 간암 진단이 가능하다.

간세포암종 고위험군에 해당하지 않거나, 영상검사에서 간세포암종의 전형적인 소견을 보이지 않으면,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종괴에 가느다란 바늘을 찔러 넣어 조직을 채취하는 조직검사를 시행하여 진단하게 된다.

간암으로 진단되면 암 진행 정도(TNM 병기), 간 기능 정도(차일드-퓨 등급), 전신 상태(수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방법을 정한다.

너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었거나 간 기능이 매우 좋지 않을 때, 심각한 전신 질환이 동반돼 있거나 고령 등으로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을 때엔 간암 자체에 대한 치료보다는 통증이나 간경변의 합병증 등에 대한 치료를 주로 행하게 된다.

간 기능이나 전신 상태가 아주 나쁘지 않다면 간암 자체 치료에 들어간다. 병변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여건이라면 수술(간절제술) 혹은 간이식, 고주파열치료술이나 에탄올주입술 등의 근치적 치료를 시행한다.

간암 치료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간암 환자 중 다수가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을 지녔고, 따라서 간의 기능이 저하돼 있어서 암 치료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이다.

간을 이식하지 않는 한 간염이나 간경변증은 계속 남아서 치료 후에도 간암이 재발되기도 한다.

암이 많이 진행되어 근치적(根治的) 치료법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경동맥화학색전술(통칭 색전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쓴다.

대표적인 근치적 치료에는 간절제술이 있다.

간절제술은 완치를 목표로 할 때 근간이 되는 치료법이다. 종양 절제가 가능하면서 간경변증이 없거나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간 기능이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 이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최근 수술 전 검사 기술과 수술 기법이 발전하고 수술 후의 환자 관리 방법이 개선된 결과, 국내의 전문기관에서 간절제술을 받을 경우 사망률이 1~3% 이하로 낮아졌고, 5년 생존율은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간절제술은 일반적으로 크기가 작은 한두 개 종양에서 시행될 때 예후가 가장 좋다. 하지만 종양이 더 크고 다발성이거나 고령인 환자들의 일부에서도 좋은 예후가 보고되고 있다.

다만, 절제술 시행 후 5년 동안 추적관찰을 해보면 수술 환자의 약 70%에서 재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간에서 재발하는데,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대로 간암의 원인이 되는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발을 조기에 발견하여 다시 효과적인 치료를 받으려면 수술 후에도 일정한 간격으로 영상검사 및 종양표지자 검사를 계속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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