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현 교수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

췌장암은 췌관에서 발생하며 예후가 매우 불량한 것으로 알려진 췌관선암에서부터 신경내분비종양과 같이 비교적 예후가 좋은 다양한 종양을 통칭한다. 전통적으로 췌장암은 예후가 안 좋은 췌관선암을 지칭하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건강검진의 보편화 등으로 인해 예후가 좋은 췌장종양의 발견이 늘고 있는 양상이다. 2020년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기준 지난 2018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 암 발생은 총 24만 3,837건이다. 그 중 췌장암은 총 7,611건 발생했으며, 전체 암 발생의 3.1%로 8위를 차지했다. 성별로 구분하여 보았을 때 췌장암은 전체 남자 암 중 3.1%(4,020건)로 7위, 전체 여자 암 중 3.1%(3,591건)로 7위로 보고된다.

췌장의 모습.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췌장의 모습.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췌장암의 정의와 종류는?

췌장암이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괴(덩이)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췌장암의 90% 이상은 췌관의 샘세포에 암이 생긴 선암(腺癌)이다. 췌장의 종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양성인 낭성종양(囊性腫瘍, 낭종)으로 장액성과 점액성 낭성종양, 췌관내 유두상 점액종양, 고형 가(假)유두상 종양, 림프 상피성 낭종 및 낭종성 기형종 같은 간엽성(間葉性) 종양이 이에 속하고, 악성 종양으로는 외분비 종양인 췌관 선암종과 선방세포 암종 외에 신경내분비 종양도 있다. 낭성 종양 가운데도 악성이 있으며, 당초엔 양성이던 것이 악성으로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췌장은 명치끝과 배꼽 사이 상복부에 위치한 일종의 소화기관으로서 각종 소화 효소와 인슐린을 분비하여 장내 음식물을 분해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췌장은 십이지장과 연결되어 있어 분비된 소화 효소는 십이지장으로 배출되고 위에서 내려온 음식물들과 섞인다. 췌장은 머리, 몸통, 꼬리의 3부분으로 나뉘는데 췌장 어디에 암이 있는가에 따라서 증상 및 치료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암의 위치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췌장암의 원인과 증상은?

췌장암은 50세 이상의 고령 남성에서 주로 발생한다. 특히 70세 이상이 되면 1년 사이에 약 1,000명당 1명의 비율로 췌장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췌장암의 위험 인자로는 흡연(30%), 고열량 식이(20%), 만성 췌장염(4%), 유전적 요소(10%) 등이 있다. 나머지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 분명하게 확인할 수 없지만, 비만이나 살충제, 염료 및 화학물질 등도 췌장암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율이 10% 이하로 매우 낮다. 췌장암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복통이다. 황달, 식욕 감소, 체중 감소 등의 증상도 있다. 실제로 췌장암에 걸린 환자들이 병원을 찾은 이유를 조사해 보면, 대부분이 상복부와 등이 답답하거나 속이 안 좋다거나 식욕이 없다거나 하는 비특이적이며 흔한 증상들이 많다. 췌두부암 환자는 대부분 황달이 나타난다. 하지만 췌장의 체부와 미부에 발생하는 췌장암은 초기에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시간이 지나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진행된 췌장암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황달, 복통, 체중감소 등이 있고, 이 외에는 식욕저하와 소화 장애 등이 잘 일어나며 전신 권태감, 헛구역, 구토, 설사, 변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의 증상이 췌장암에서만 특징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나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거나, 갑자기 당뇨병이 발생하거나 또는 기존의 당뇨병이 악화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췌장암의 진단과 치료는?

췌장암은 일반적으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또는 자기공명영상술(MRI)에 의해 영상 진단을 얻음으로써 진단 과정이 시작된다. 해당 과정에서 주요 혈관의 침범 및 전이 여부에 따라 절제 가능 여부를 결정하여 전이 췌장암, 국소진행 췌장암, 경계성 절제 가능, 절제 가능 췌장암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영상 진단에서 절제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수술 전에 조직 검사를 하지 않고 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췌장암이 의심되나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으로 종양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에는 내시경과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하여 췌장을 촬영한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내시경에 의한 진단법은 직경 1cm 정도의 튜브를 구강을 통해 식도와 위를 거쳐 십이지장으로 진행시킨 후 췌관 입구를 관찰하는 방법이다. 내시경 시행 이전에는 금식이 필요합니다. 분무기를 이용하여 구강 마취를 한 후 시행하며, 경우에 따라 진정제를 투여하기도 합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위내시경과 동일한 방법이다.

다만 췌관 및 담도의 촬영을 병행하기 때문에 관찰 시간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 췌장암에 있어 초음파 유도 세침 천자 검사가 가능한 경우에는 진단적 예민도는 약 90%이고, 특이도는 거의 100%로 보고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전이 췌장암은 항암제 치료를, 국소 진행 췌장암은 항암제 또는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일차적으로 시행한다. 절제 가능한 췌암은 일차적으로 수술을 시행한다. 그리고 수술한 이후 보조적 항암 요법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경계성 절제 가능 췌장암은 수술을 전제로 하되 수술 전에 항암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신보조적 항암 요법을 권장한다.

췌장암 수술은 기본적으로 췌장암 진단 후 전이가 없고, 상장간막동맥, 간동맥 등 주요 동맥의 침습이 없다고 판단되면 수술적 절제를 고려하게 된다. 종양의 발생한 위치에 따라서 췌장의 머리 쪽에 종양이 발생한 경우, 췌장 두부를 포함하여 이와 붙어있는 십이지장, 담도 일부, 담낭을 함께 절제하는 ‘췌십이지장절제술’을 시행하게되고,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쪽에 종양이 발생한 경우에는 종양을 포함한 췌장의 미부와 비장까지 함께 절제하는 ‘췌미부절제술’을 시행하게 된다.

근치 목적의 절제술은 전체 췌장암 환자의 15% 이하에서만 가능하다. 근치적 목적의 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70~80% 정도가 재발하여 사망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또 국소재발도 많지만 주로 간을 포함한 원격 전이가 70~80% 이상인만큼 전신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전이 췌장암, 국소진행 췌장암은 절제가 불가능한 췌장암으로 분류됩니다. 원격 전이가 확인된 췌장암은 항암 화학 요법을 시행한다. 국소진행 췌장암은 항암 화학 요법을 시행하고 방사선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치료에 잘 반응하여 병기가 감소하면 경계성 절제 가능 또는 절제 가능 췌장암으로 재평가되어 절제 수술을 시도할 수도 있다.

[췌장암 명의 미니인터뷰] - 고광현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고광현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 = 분당차병원
고광현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 = 분당차병원

Q. 췌장암은 왜 치사율이 높을까요

A. 우선 조기 발견이 어렵다. 췌장은 후복막 (배의 뒤쪽, 등뼈 앞)에 위치하여 종양이 발생하여도 증상 발생이 늦고 증상이 생기더라도 다른 소화기 질환의 증상과 구별이 명확하지 않다. 병이 진행된 후에야 심한 통증, 체중 감소, 황달 등으로 진단이 된다. 또한 조기 진단을 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이 확실하지 않다. 복부 초음파 검사는 검진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검사로 간, 담낭, 신장 등은 잘 볼 수 있지만 췌장의 머리와 꼬리가 잘 보이지 않고 좀더 정확한 검사인 CT 에서도 10% 정도에서 췌장암이 안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종양 표지자 검사인 CA19-9 도 진단율이 50% 이하로 선별검사로 사용되기 어렵다.

또 치료가 어렵다. 60-70%의 환자가 수술이 불가능하여 완치의 가능성이 낮은 진행성 암으로 발견되고 수술을 할 수 있는 환자라 하더라도 수술 및 항암치료를 하여도 완치의 가능성이 20% 정도로 다른 암에 비하여 낮다. 방사선 치료에도 반응을 잘 하지 않고 항암치료는 최근에 와서야 췌장암에 쓸 수 있는 약이 개발되었다.

Q. 췌장암을 조심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A. 췌장암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1. 흡연자 2. 만성췌장염 환자 3.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는 자(직계가족 2인 이상) 4. 오래된 당뇨환자(10년 이상) 이다. 그밖에도 만성 음주 및 고지방 식이, 과식 등 췌장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식습관이 있는 사람은 개선이 필요하다.

Q. 당뇨가 있으면 정말 췌장암 발생 확률이 높나요?

A. 10년 이상 오래된 당뇨는 췌장암의 위험인자이다. 10년이상 당뇨를 치료하고 있다면 췌장암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며 CT 와 CA19-9 를 같이 하는 것이 좋다. 또 갑자기 당뇨가 발생하거나 당뇨 치료 중에 이유없이 당조절이 않되는 경우에도 췌장암의 발생을 의심할 수 있다.

Q. 췌장암을 치료 중인 환우에게 전하고 싶은 말

A. 췌장암은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알려져 있고 30년간 완치율이 8%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최근 좋은 항암제의 개발 및 다학제 진료를 통한 선항암 후 수술을 통하여 10%까지 완치율이 상승하였고 완치가 불가능한 경우라도 각각의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생명의 연장과 삷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따라서 췌장암 전문 의사의 진료 및 다학제 진료를 통하여 각각의 환자에 대한 맞춤 치료법에 따라 치료한다면 완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생명 연장 및 삶의 질 향상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치료 포기나 표준 치료법 아닌 방법을 선택하여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서 하는 표준 치료와 더불어 환자 개인의 식생활 습관 변화, 정신 건강 개선 및 규칙적인 운동 등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고광현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고광현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고광현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전문분야 - 췌장, 담낭(쓸개), 담도, 치료내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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