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바이오업계에서는 R&D 성과를 구체화하고 발표까지 이어진 사례들이 눈길을 끌었다. 헬릭스미스는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의 ALS 국내 임상 2a상 첫 환자 투약을 실시했고, 한국머크 바이오파마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코로나 관련 '마벤클라드' 유효성 사례를 발표했다. 메드팩토 김성진 대표 연구팀도 췌장암 치료용 약물을 나노입자 형태의 극소 미량으로 축소한 뒤 캡슐에 넣어 암 조직에 쉽게 침투시키는 방법을 ACS Nano 9월호에 게재했다. 

헬릭스미스 로고. 사진 = 헬릭스미스
헬릭스미스 로고. 사진 = 헬릭스미스

◆ 헬릭스미스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 ALS 국내 임상 2a상 첫 환자 투약 실시

헬릭스미스가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루게릭병)에 대한 국내 임상 2a상에서 첫 환자에 대한 투약을 실시했다. 엔젠시스(VM202)는 미국 FDA로부터 ALS에 대한 희귀의약품(orphan drug)과 패스트트랙(fast track)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한양대학교병원 김승현 교수팀이 이끄는 임상시험팀은 지난 9일 ALS 임상 환자에 대한 엔젠시스(VM202) 첫 투여를 시작했다. 헬릭스미스의 ALS 임상 2a상은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 중이다. 임상 2a상 규모는 총 18명으로, 이 중 30~50%의 환자가 한국에서 등록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헬릭스미스 측은 이번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 및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ALS 미국 및 국내 임상 2a상을 마친 후 결과에 따라 통계적 검정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규모로 임상 2b상을 진행할 계획이라 설명했다. 

ALS(위축성 측삭경화증)은 치명적인 진행성 신경근육 질환으로 루게릭병이라고도 불린다.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운동뉴런(신경세포)이 파괴되면서 모든 종류의 자발적 움직임이 불가능해지고, 결국 숨쉬기에 관여하는 근육인 횡경막의 운동이 멈춰서 사망에 이른다. 대략 2만명 중 1명 꼴로 환자가 발견되며, 현재 미국에는 3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릭스미스 김선영 대표이사는 "엔젠시스(VM202)는 신경근육 질환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나타낸다. 미국과 국내에서 진행 중인 ALS 임상 2a상에서 엔젠시스(VM202)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여, 현재까지 치료약이 없는 ALS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의 가능성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다발성 경화증 치료의 게임체인저, 마벤클라드(Game Changer for MS Treatment, Mavenclad) 웨비나 화면 갈무리. 사진 =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다발성 경화증 치료의 게임체인저, 마벤클라드(Game Changer for MS Treatment, Mavenclad) 웨비나 화면 갈무리. 사진 =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코로나 관련 '마벤클라드' 유효성 사례 발표

한국머크 바이오파마(총괄 제너럴 매니저 자베드 알람)가 지난 9일 다발성 경화증 환자 치료에서의 최신 지견과 마벤클라드 환자 사례를 바탕으로 한 후향적 관찰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웨비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마벤클라드 팀은 지난 2020년 12월부터 국내 의료진을 대상으로 다발성 경화증 치료에 대한 최신 학술정보와 지견을 공유하는 웨비나 시리즈인 마벤 웨비나 아카데이(MAVEN Webinar Academy)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진행된 '다발성 경화증 치료의 게임체인저, 마벤클라드(Game Changer for MS Treatment, Mavenclad)'는 마벤 웨비나 아카데미의 세번째 시간으로,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신경과 디미트리오스 카루시스 박사(Dimitrios M. Karussis, MD, PhD)가 연자로 나서 팬데믹 상항 속에서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실제 임상에서의 마벤클라드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해 설명했다.

카루시스 박사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서의 COVID-19 백신 접종과 관련된 후향적 관찰연구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공유하며 강의를 진행했다. 

다발성 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으로 면역억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에 더욱 취약하며 감염될 경우 중증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반드시 권고되는 상황이다.

최근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독립 연구는 마벤클라드로 치료한 재발 이장성 다발성 경화증 환자 23명(치료 후 최소 4.4개월 경과)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 결과 23명 모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보호 IgG 항체 반응(항체 역가>1.1은 양성으로 간주: 중간값=7.0)이 확인됐다. 이 데이터를 통해 마벤클라드로 치료하는 환자군은  면역조절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군및 건강한 일반인과 유사한 백신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음을 반증한다.

카루시스 박사는 "면역억제제로 인해 면역이 저하된 경우, 백신 접종 시 코로나19 백신의 면역반응이 감소하거나 효능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코로나19 백신 도입과 접종시 환자와 의료진의 고민이 깊었다"라며 "이번 연구는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다발성 경화증 환자와 의료진에게 매우 고무적인 데이터이며, 마벤클라드로 치료받은 환자의 경우 mRNA 백신 접종 시 건강한 일반인 대비 예상치 못한 안전성 문제는 발견되지 않은점 역시 의미가 크다"라고 밝혔다.

이어 카루시스 박사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마벤클라드로 치료 받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관찰연구 데이터에 대해 설명했다. 

해당 데이터는 다발성 경화증 치료시 최적의 순서와 시기에 대해 연구한 결과에 근거한 임상적 결정이라고 전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질병 발생 후 2년 이내에 고효능 치료(High-efficacy therapy)를 진행 할 경우, 질병 후반기에 전환하는 것 보다 질환으로 인한 장기적인 장애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재발 이장성(RRMS, relapsing-remitting disease) 다발성 경화증이 있는 18세 이상 성인 환자에 대한 후향적 관찰연구로 진행됐으며, 총 544명의 환자 케이스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다.

544명의 환자 중 51%(277명)는 질환 발현 초기부터 고효능 치료를 진행했으며, 49%(267명)는 후반부터 고효능 치료를 받았다. 이들의 경과를 살펴보면, 치료 초반부터 고효능 치료를 시작한 환자에서 확장형 장애척도 점수(EDSS, Expanded Disability Status Scale)가 더 낮은 것으로 발표됐다.

카루시스 박사는 이와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다발성 경화증의 초기 치료에서 마벤클라드와 같은 고효능 치료의 이점에 대해 밝히며 “마벤클라드는 복용 편의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CLARITY 임상 연구 등을 통해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로 유의미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약제이다. 이번에 마벤클라드 환자 사례를 바탕으로 한 후향적 관찰연구 역시 임상과 유사한 결과를 나타냈다”라며 “다발성 경화증의 질병 특성 상, 발병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자연적인 경과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발병 초기부터 마벤클라드와 같이 효과가 입증된 약제를 사용하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메드팩토 로고. 사진 = 메드팩토
메드팩토 로고. 사진 = 메드팩토

◆ 메드팩토, '암 치료를 위한 나노시스템' 학술지 ACS Nano에 게재

메드팩토 김성진 대표 연구팀이 췌장암 치료용 약물을 나노입자 형태의 극소 미량으로 축소한 뒤 캡슐에 넣어 암 조직에 쉽게 침투시키는 방법을 ACS Nano 9월호에 게재했다. 

메드팩토 측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해당 치료법이 하나의 캡슐에 들어간 두가지 약물이 치료에 필요한 순서대로 반응할수 있도록 설계돼 치료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메드팩토는 김성진 대표와 중국 나노 연구소 니에(Nie) 교수 등이 공동 연구를 통해 작성한 해당 논문의 제목은 '췌장암 치료방법 개선을 위한 나노시스템'이다. 

해당 논문에서 연구진은 메드팩토가 개발중인 TGF-β1 신호전달 억제제인 '백토서팁'과 췌장암 치료용 항암제인 '파클리탁셀'에 나노시스템을 적용하여 병용 투여할 경우, 치료가 까다로운 췌장암의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나노시스템은 약물을 극소 미량의 나노입자형태로 복합 가공한 것으로, 이 약물을 투여하면 먼저 기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백토서팁'이 작용하여 기질 벽을 제거하게 된다. 기질의 벽이 파괴된 후에는 항암제인 '파클리탁셀'이 암조직으로 침투가 용이해져 암세포를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돼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메드팩토 등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백토서팁과 파클리탁셀이 각기 들어 있는 두개의 작은 나노입자를 나노시스템에 넣어 약물이 암세포에 도달하는 순간 약물 별 연쇄반응이 일어날 수 있도록 캡슐화했다. 또 이 캡슐화된 나노시스템이 췌장암 조직으로만 갈 수 있도록 췌장암을 인식하는 EDB펩타이드(EDB peptide)를 나노캡슐 표면에 부착해 췌장암 조직에서만 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췌장암 마우스 모델을 기반으로 동물실험 결과, 기존 치료법 대비 약물 침투율이 높아져 항암효과가 현저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때문에 향후 해당 메커니즘을 췌장암 치료에 활용할 경우, 치료 효과가 낮은 환자 및 재발 환자는 물론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서도 획기적인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

췌장암은 두껍고 단단한 세포외 기질이 암을 둘러싸고 있어 항암제의 접근이 어려워 항암치료 반응이 낮은 난치병이다. 특히, 췌장암 조직을 둘러싸고 있는 기질은 암세포에서 분비되는 TGF-β1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드팩토 김성진 대표는 "이번 논문으로 백토서팁이 TGF-β 저해제로써 기존 항암제와의 병용투여시 치료가 어려운 다양한 암에서 암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또 한번 입증한 것"이라며 "이번 나노시스템 메커니즘 규명 연구는 기존 약물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치료법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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