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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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Z세대 사이에 MBTI밈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동시에 MBTI를 응용한 과자, 치킨, 향수, 컬러 등으로 보는 성격 테스트도 마케팅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롯된 언택트 시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확산된 결과로 해석된다.

MBTI는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주의초점, 인식기능, 판단기능, 생활양식 4가지 양극 지표에 따라 사람의 타고난 선호 경향성을 검사하는 도구다. 20세기 미국에서 개발돼 오랜 역사와 샘플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도입된 지 30여년 됐다.

MBTI 테스트를 그저 재미로만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본인은 물론 주변인의 MBTI 유형까지 분석해 자신과 상극인 사람을 경계하고 결과에 따라 자기 진로까지 설정할 정도로 ‘과몰입’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우후죽순 제작ㆍ배포되는 각종 성격 테스트가 과연 전문가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건강의료전문미디어 매경헬스가 김재형 한국 MBTI 연구소 연구부장에게 물었다.

◆ ‘16personalities’, 정규 MBTI와 엄연히 다른 검사

현재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온라인 무료 MBTI검사는 ‘16personalities’가 있다. 김 연구부장에 의하면 해당 검사는 ‘MBTI’라는 타이틀을 빌렸을 뿐 정규 MBTI검사와는 완전히 달랐다.

해당 무료 검사에는 정규 MBTI의 공식 93개 문항이 단 한건도 들어가 있지 않다. 또한 정규 검사는 검사 참여자가 각 문항마다 가장 좋아하고 편안한 것을 택하는 방식이라면 온라인 무료 검사는 ‘매우 그렇지 않다’에서 ‘매우 그렇다’ 7점 척도의 리커르트 척도를 사용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심지어 무료 검사에서 사용하는 E-I, S-N 등 성격 코드 약자는 정규검사의 것과 비슷해 보이나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단어와 지표도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정규검사에는 △에너지방향 - Extroversion(외향) VS Introversion(내향), △인식기능 - Sensing(감각) VS intuition(직관), △판단기능 - Thinking(사고) VS Feeling(감정), △생활양식 - Judging(판단) VS Perceiving(인식) 인 반면, 무료 검사는 △마음 - Extroverted(외향적) VS Introverted(내향적), △에너지 - Observant(관찰적) Vs Intuitive(직관적), △천성 - Thinking(사고) VS Feeling(감정), △전략 - Judging(판단) VS Prospecting(인식) 이다.

이에 김 연구부장은 “정규 검사의 코드를 그대로 차용해서 쓰면 저작권 문제에 걸릴 수 있어 우회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부장은 “해당 유사 검사 사이트가 붐이 일기 몇 년 전부터 우리 연구소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연구 기관에서 웹마스터에게 해당 테스트의 신뢰도, 타당도에 대한 검증 자료를 요청했지만 답은 없었다”며 “해당 검사는 성격심리학 이론 ‘BIG 5’를 MBTI코드와 조합한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둘은 동일한 것을 측정하는 도구가 아니다”고 말했다.

◆ 성격테스트 할 때마다 결과가 달라…이유가 있었다!

유사 MBTI검사를 해보면 매번 검사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는 해당 테스트가 통계적 ‘신뢰도’와 ‘타당성’을 갖추지 못한 채 설계됐기 때문이다.

신뢰도는 해당 검사를 수차례 실시했을 때 그 결과의 일관성을 말한다. 정식 MBTI는 참여자가 검사의 목적을 정확히 인지하고 검사 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해석을 받는다면 1년 전 했던 검사와 최근 했던 검사 결과가 일관되게 체크된다. 그렇지 못한 유사 MBTI검사나 성격테스트는 참가자의 감정, 상황, 위치에 따라 결과가 매번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타당도는 해당 검사가 연구자가 측정하려는 대상을 실제로 측정하고 있는 정도다. 예를 들면 해당 검사가 개인의 ‘외향성,’ ‘내향성’을 정확히 측정해낼 수 있느냐다.

신뢰도와 타당도는 해당 검사도구와 다른 검사도구와의 상관성 파악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증이 진행된다.

MBTI검사, 인적성검사 등 공신력 있는 검사들은 엄격한 통계적 검증 절차와 수많은 샘플 비교를 통해 신뢰도와 타당도가 확보된 검사들이다. 그러나 SNS를 통해 유포되는 대부분의 성격 테스트는 제작 기간과 과정만 보더라도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철저히 재미로만 즐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 "저 사람 역시 짠돌이였어"...유사 MBTI의 위험성

김 연구부장은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유사 MBTI가 자칫하면 자기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편견의 꼬리표를 달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김 연구부장은 “MBTI는 긍정 심리학의 관점에서 사용하는 것이 본 의도다. 자신만의 장점을 찾아 극대화시켜 자기다움을 확대하고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그러나 ‘어쩐지 저 사람 나와 안 맞는다더니’, ‘저 사람은 역시 냉혈한이야’ 등 비난적 차원으로 잘못 해석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성격테스트 결과에 등장하는 ‘상극’이라는 개념도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MBTI에 있는 양극지표를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간에 어울리기 어렵다는 부정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연구부장은 “MBTI밈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버린 상황에서 전문가의 설명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다”며 “개인의 성장을 돕기 위한 전문 검사가 별도로 있음을 인지하고 MBTI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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