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벨라젤 제공)
(사진 = 벨라젤 제공)

"가슴 수술을 했는데 불법보형물이었다. 교체를 해야하는데 업체에서 인정을 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과 싸우느라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잘 때마다 안좋은 생각이 든다." 

인공유방 제조회사 한스바이오메드(이하 한스바이오) 무허가 제품 '벨라젤'의 심각한 피해 사례가 확인됐다.

피해자 A씨는 이번 벨라젤 사태로 스트레스를 받아 심하게 머리카락 빠지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피해자 A씨는 이번 벨라젤 사태로 스트레스를 받아 심하게 머리카락 빠지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매경헬스가 단독 취재한 한 벨라젤 불법 시술 피해자 A씨는 심각한 우울증을 보이고 있다. 불법 보형물 시술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으로 머리카락이 한 웅큼씩 빠지고, 불면증까지 생긴 A씨는 가슴통증과 손저림 증상까지 더해 이중 삼중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매일 밤 극단적인 생각이 들어 결국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과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피해자 A씨가 내원한 정신건강의학과 초진 진료 기록
피해자 A씨가 내원한 정신건강의학과 초진 진료 기록

◆ 피해자 A씨 진료한 청주 소재 유방외과, 열흘만에 말바꿔

A씨는 벨라젤 사태가 터지고 청주에 위치한 'O앤유 유방외과'에서 초음파 진료를 받았다. 애초에 시술한 병원은 미덥지 않아 일부러 유방외과 전문의를 찾아간 것.

A씨는 "11월 첫 진료를 받으러 갔을때 의사는 초음파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건 내부 파손이 확실하다. 지금까지 수 없이 많은 초음파 진료를 했다'고 말하며 통증이 있는 왼쪽 가슴 초음파 영상에 대해선 '상황이 더 안 좋다'구 진단했다"면서 "'당장 펑하고 터지진 않겠지만 (보형물)수명이 얼마 안남았다'고 의사는 설명했다"고 말한다.

피해자 A씨가 방문한 'ㅇ앤유 유방외과' 최초 소견서 (사진 = 이상 매경헬스 DB)
피해자 A씨가 방문한 'ㅇ앤유 유방외과' 최초 소견서 (사진 = 이상 매경헬스 DB)

A씨는 의사의 진료 결과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 당장 제품을 제거하고 싶었지만 한스바이오가 내놓은 보상안에 따르면 각종 증빙 서류가 필요했다.

A씨는 피해 입증을 위한 추가 서류를 얻기 위해 다시 'O앤유 유방외과'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두 번째 방문에서 원장은 180도 말을 바꿨다. 

원장은 "최초 진료 내용과 달리 A씨가 다년간 이후 의사협회 공문도 왔고, 그 뒤로 환자들을 보니까 대부분 비슷한 형태의 초음파 모습이 확인됐다"면서 "내부 파손이 아닌 벨라젤 제품의 특징 인거 같다"고 말을 완전 뒤바꿨다.

첫 진료때와 다르게 완전 다른 진료 결과를 보인 의사에 대한 큰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낀 A씨는 "가슴 수술을 했는데 불법보형물이었고, 그로인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매일 밤 잘 때마다 안좋은 생각이 든다"며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잠도 못자구 웃어야 할지울어야 할지 최근 2주 동안 4kg나 빠졌다"며 지친 속내를 털어놨다.

◆ 한스바이오가 제시한 일방적인 보상안

한스바이오측 담당자는 "회사에서 정한 네 가지 보상안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정신적인 충격 등 다른 부분까지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스바이오는 무허가 재료로 인한 질환 발생시 최대 1억원 보상. 보형물 파손시 .최대 500만 원 보상. 기존 보형물 교체시 벨라젤 제품으로 교환. 보형물 추적 관찰 초음파 지원 2회 보장 등 시술 피해를 받은 피해자에 대해 협소한 보상 대책을 내 놓았다.

한스바이오 담당자는 "통상적인 가슴성형으로 인한 브레스트 일니스(Breast Illness)에 대한 보상도 없다"며 "해외 사례에서도 일반적인 보형물 시술 이후 부작용에 대한 보상은 들어보지 못했다. 브레스트 일니스 보상안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한스바이오는 지난달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 부터 허가사항과 다른 인공유방 제조 및 유통이 확인돼 판매 중지와 회수 명령을 받았다. 또 제조 정지 행정처분도 함께 진행 중이다.

말은 허가사항과 다른 제품이지만 무허가 제품이라고 식약처는 설명한다. 식약처는 한스바이오에 신속히 해당 제품 시술 환자들을 파악해 보상 방안 마련 등 후속 조치를 요청했다.

벨라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불법 제품을 시술 받은 사실을 알게 되고, 하루하루가 너무 불안하다"며 "빨리 불법 보형물을 제거하고 싶은데 보상안으로 또 벨라젤 제품으로 교체해 준다고 하더라. 어이가 없다"고 성토했다.

한스바이오는 얼마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보상안을 발표했지만 이후 더 큰 실망감만 야기 시켰다. 특히 무허가 보형물 교체를 원하는 고객에겐 또 자사 벨라젤 제품으로 교체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B씨는 "이미 문제를 일으킨 회사 제품으로 다시 바꿔주는 건 피해자를 한 번 더 울리는 행동"이라며 "누가 다시 벨라젤 제품을 시술받고 싶겠냐"고 되물었다. 

한스바이오 관계자는 "보형물 제거를 원하는 고객에 대해선 제거 비용을 지원할 수 없다. 식약처난 전문가 단체에서 제거보단 추적관찰이 안전하다고 했다"며 "다만 교체를 원한다면 벨라젤 제품으로 교환은 가능하다. 그러나 교체 비용이나 제거비용은 모두 자비로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법 보형물로 인한 피해 구제에 있어서 한스바이오는 제한적인 금전적 보상 보단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자가 입은 정신 신체적인 충격에 대한 공감과 위로가 우선 되야 한다고 피해자는 말한다. 

◆ 식약처,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에 피해자들은 더 큰 실망

한스바이오가 내놓은 피해 보상안에 대해 식약처도 피해자들과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회사가 정한 일방적인 보상이 아닌 피해자 입장에서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식약처 역시 적극 공감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벨라젤 사건에 대한 피해 보상안은 확인했다. 관련해서 피해자들이 정신적인 충격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며 "다만 업체에 피해 보상에 대해 이렇게해라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최대한 환자 피해 없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벨라젤 피해자들은 식약처가 보인 이런 태도에 더 큰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더 재미있는 건 식약처가 오히려 업체를 감싸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게 한다. 

식약처는 "한스바이오 제품이 무허가 제품이지만 안전성엔 큰 문제가 없다.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해 보면 정상적인 상태에선 내용물 유출 가능성이 적다"며 "이번 적발된 무허가 재료가 모두 다른 의료기기에서 사용되고 있다. 안전성 측면에선 당장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식약처 설명을 바탕으로 한스바이오 역시 자신들의 불법 무허가 제품에 대한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스바이오가 발표한 보상안에서 "위법사항은 반드시 시정하고 책임지겠다"는 말이 불과 사흘도 안돼 무색해졌다.

한스바이오는 피해자들의 절규에 귀 귀울여 납득할 수 있는 보상안과 사과를, 식약처 역시 권한이 없다는 변명과 핑계 대신 피해자들에게 더 큰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업체와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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