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 KAMC 이사장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떠한 의사를 양성할 것인가?

코로나19 사태로 지구촌이 고통 받고 있다. 한국은 K방역을 앞세워 코로나 방어를 잘 해내면서 전 세계에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알리고 그 위상을 더욱 높였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여전히 공공의료 기능이 부족하다며 공공의료의 질과 양을 높이기 위해 의사 수를 더욱 늘리려 하고 있다.

공공의료는 의료계 내에서도 정의가 불분명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민건강보험 제도 아래서 모든 의료가 제공되므로 국내에서 벌어지는 의료 행위는 모두 공공의료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의료 부분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취약지역과 필수의료인력 부족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해결책으로 공공의대를 설립해 의사 수를 늘려 해결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가 많아지면 현재 충분치 못한 의료 상황들이 다 해결될 거라는 입장을 내세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그간 논란이 됐던 모든 의료정책을 한꺼번에 시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의대신설이 화두가 되어 너도나도 지역의대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필요한 법적기준인 평가인증과정마저 생략해야 한다는 입법까지 시도하고 있다.

정부에 묻고 싶다. 조급하게 의과대학을 세우면 과연 그 교육의 질은 누가 담보할 수 있는지 말이다.

공공의대는 공중보건장학생 제도나 군위탁장학생 제도처럼 이미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상황이다. 설사 정책이 당장 시행해도 의사 배출까지 최소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2019년 12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인구 상황을 감안한다면 의사수를 늘리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정책들은 더욱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무조건 의사 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어떤 의사를 양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

공공의료 이슈 해결을 위해서는 의사들로 하여금 이 상황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

그동안 의과대학에서는 주로 의학적 지식을 위주로 가르쳐 왔다. 기본의학 교육과정을 통하여 인체와 질병을 배우고 임상의학 교육과정을 통하여 실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과대학 교육의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어제의 기준이 오늘과 미래에도 똑같이 적용될 거라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의료계에서도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을 잘 대응하고 지역사회 전파를 막아줄 전문적인 의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사회 속의 의사 역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교과과정이 개설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의사는 개인 질병만 다루는 게 아닌 건강한 사회 가꾸고 유지할 수 있는 사고의 확장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가 고민하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에서는 이미 이러한 교과과정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함으로써 미래사회에 필요한 의사를 양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의사의 양성은 의과대학에 맡기고 이러한 교육을 통하여 양성되는 미래의사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정책 수립이 정부의 올바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의사를 양성한다면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의료복지를 위한 멋진 정책을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수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

*본 칼럼 내용은 칼럼니스트 개인 의견으로 매경헬스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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