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난 아이를 두고 있는 주부 한애진씨(가명, 34)는 요즘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이가 입 안과 손에 수포가 생기는 수족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밤낮 가리지 않고 치솟는 열에 시달리는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가슴을 졸인 날이 며칠 째다. 수죽구는 열이 많이 오르면 뇌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런 탓에 걱정이 더욱 컸다.
최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야외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주말에는 산과 들로 봄의 정취를 찾아 나서는 행락객이 줄을 잇는다. 이처럼 야외활동이 잦은 봄철에는 전염병 위험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특히 이 시기에는 장 바이러스성(분변경구경로) 전염병에 걸릴 위험이 올라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봄철에 가장 많이 걸리는 전염병은 ‘수족구’. 장 바이러스성 질환인 수족구는 오염된 식수나 상한 음식에 의해 전염되며, 소아에서 빈번하게 발생된다. 증상으로는 입과 손, 발에 빨간 반점이나 물집이 생기고, 열을 동반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2~3주 정도 가볍게 앓다 완치되지만, 일부의 경우(약 5% 정도) 뇌염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환종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족구는 바이러스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며 “10여년 전에 대만에서 뇌염을 잘 일으키는 수족구가 유행했었는데, 이 수족구가 3~4년 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족구는 일반적으로 가볍게 열이 났다가 가라앉는다”며 “하지만 간혹 열이 많이 나는 아이가 있는데, 이런 아이는 뇌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족구와 마찬가지로 분변경구경로로 전염되는 수막염도 봄철에 빈번하게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뇌척수막에 염증이 생긴 상태로 겨울에서 초봄에 걸쳐 유행성 수막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1~2세 유아에게 많고, 오한·전율과 함게 발열·항부강직·케르니그 징후, 그 밖의 신경증상을 동반한다.
과거에 사라진 병으로 인식됐다 다시 유행하고 있는 이질과 A형간염도 봄에 많이 발생하는 전염질환이다.
이질은 단체급식이 늘면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으나 위생에 신경쓰면서 다시 주춤하고 있으며, 지난 20~30년 정도 거의 발생이 없었던 A형간염도 10여년 전부터 발병이 늘다가 다시 줄어들고 있다.
이 교수는 “A형간염은 1960~1970년대 크게 유행했었으나, 위생상태가 좋아지면서 점차 줄어들었다”며 “이 같은 발병 감소와 함께 면역기능도 떨어지면서 이 질환이 다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늦봄과 초여름에는 호흡기 바이러스인 파라 인플루엔자도 유행할 수 있다. 파라 인플루엔자는 유행성 감기의 일종으로 가벼운 열과 함께 콧물 ·인두통 등의 증세만 나타나는 수도 있고, 고열과 기침 등의 기관지염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는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불필요한 접촉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교수는 “봄철에는 분변경구경로 전염병이 주로 발생하므로 오염된 식수나 상한 음식을 피하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평소에 너무 무리하지 말고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문애경 매경헬스 기자 [moon902@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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