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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해방감에 고삐 풀린 '수험생 음주' 주의
기사 입력 : 2019.12.13 13:19 | 수정 : 2019.12.20 16:40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수능 시험이 끝나 긴장감이 풀린 고3 학생들은 수험생을 벗어났다는 해방감과 이제 성인이 된다는 들뜬 마음에 음주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수능이라는 큰 산을 넘은 이들에게 음주가 일종의 일탈이자 보상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에게 음주는 그간의 수능 스트레스를 과음이나 폭음으로 해소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더욱이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이 자신의 주량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호기심과 분위기에 휩쓸려 술을 마시기 때문에 급성 질환에 걸리거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빠른 속도로 폭음을 하면 중추신경과 호흡중추가 마비돼 급성 알코올 중독 현상이 생길 수 있는데, 심하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할 수 있다. 게다가 아직 미성년자인 수험생들은 술을 구입하거나 술집 출입이 법적으로 제한되다 보니 음지에서 음주를 하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알코올에 의해 이성적 판단과 충동조절 능력, 도덕성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이 손상될 경우 각종 범죄나 문제 행동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음주 운전을 하던 고3 학생이 음주 단속 중인 경찰관의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다 시내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가해 학생은 렌터카를 빌려 친구들과 여행 중에 술을 마시고 차량을 운전했으며, 사고 일주일 전 면허를 딴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에는 막 수능을 끝낸 학생이 친구들과 수능 뒷풀이를 한다며 술을 마시고 무면허로 음주 운전을 하다 사망하는 사고도 있다.

사람의 뇌에는 자극을 통해 쾌감을 느끼면 그 행동을 계속하게 만드는 ‘대뇌 보상회로’ 장치가 있다. 그런데 아직 성장 중인 청소년기의 뇌는 가변성이 높아 성인에 비해 이러한 보상회로로 인해 강화되는 중독에 더 취약하다. 특히 수능 후 음주는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동기가 강한 상태이므로 보상회로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만약 일찍부터 알코올 섭취로 보상회로가 활성화되고 지속적으로 쾌락이 반복된다면, 향후 술에 대한 갈망감이 점점 커져 음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기에 알코올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칫 잘못된 음주 습관이 형성될 경우 알코올 중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알코올 중독 환자 현황을 조사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0~19세 알코올 중독 환자는 꾸준히 늘어 5년간 총 9천155명으로 이 기간 증가율이 32.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문 알코올 중독이라는 질병의 특성상 통계 수치에 비해 실제 음주 문제를 가진 청소년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음주를 시작하는 나이가 어릴수록 더 많은 음주에 노출되며 알코올 중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알코올 중독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첫 음주 시기를 10대라고 답한 비율이 남성 39%, 여성 27%로 나타난 바 있다. 이는 청소년기에 접한 음주 경험이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능이 끝났어도 수험생은 아직 청소년 신분이다. 청소년기에 일시적인 호기심으로 시작한 음주가 인생의 오점을 남길 수 있는 만큼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첫 음주 경험이 평생의 음주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수능 후에도 학생 본연의 모습과 생활을 유지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고교 시절을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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