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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만취등산에 음주 자전거까지...가을 낭만 아닌 민폐
기사 입력 : 2019.10.15 13:01 | 수정 : 2019.10.15 13:01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왔다. ‘천고마비(天高馬肥)’는 글자그대로 풀이하면 '하늘은 높고 말은 살쪘다'는 뜻으로, 만물이 결실을 맺어 풍요롭고 하늘이 맑은 가을을 빗댄 표현이다. 이처럼 쾌청한 날씨에 알록달록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 오면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난다.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만큼 술로 인한 각종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계절 역시 가을이다. 대개 음주사고의 대명사로 음주운전을 꼽지만 자칫 가볍게 여기기 쉬운 만취산행이나 음주자전거 때문에도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산에 오르기 전 마시는 입산주, 정상에 오른 기념으로 마시는 정상주, 산을 내려와 뒤풀이로 마시는 하산주를 마시는 등산문화가 있다. 등산 중 잠시 쉬어가는 길이면 누군가가 미리 준비해 온 막걸리나 소주로 금세 술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산행 중 음주는 운동기능과 균형감각을 둔화시켜 실족으로 인한 부상이나 사망의 위험성을 높인다.

실제로 음주산행은 조난이나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2~2017년 발생한 국립공원 내 안전사고 1,328건 중 64건(5%)이 술로 인해 발생했다. 추락사, 심장마비 등 음주 사망사고는 총 10건으로 전체 사망사고(90건)의 11%를 차지했다.

음주운전에는 경각심을 가지면서도 음주자전거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맘 때 공원 편의점이나 잔디밭 주변을 가보면 자전거를 세워두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전거 동호회의 경우 반환점에서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일이 빈번하다.

음주자전거도 음주운전처럼 본인은 물론 보행자나 다른 자전거 운전자를 크게 다치게 할 수 있다. 알코올은 판단력과 반사신경을 담당하는 우리 몸의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최근 한 뉴스에서 술을 마신 상태를 느낄 수 있는 특수 고글을 쓰고 자전거 주행 실험을 해봤더니 소주 서너 잔 정도의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넘는 상태에서 출발부터 경로를 벗어나 비틀댔으며 굴절코스에서는 더욱 정도가 심해지는 등 위태로운 주행 패턴을 보였다.

얼마 전에는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던 A씨(59)가 차를 들이받아 경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음주 측정 결과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2%로 나타났다.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A씨에게 범칙금을 부과했다.

등산과 자전거는 운동 효과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재충전할 수 있는 바람직한 신체활동이다. 그러나 나들이나 모임에 술이 빠지지 않는 관대한 음주문화와 ‘한두 잔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그릇된 인식은 위험한 사고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과도한 음주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에도 위협을 줄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갖고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준수해 아름답고 낭만적인 가을의 경치를 안전하게 즐기길 바란다.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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