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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과음, 젊은 치매 불러온다
기사 입력 : 2019.09.11 11:09 | 수정 : 2019.09.13 11:03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바람이 분다>에서 젊은 남자주인공이 치매에 걸린 스토리를 다뤄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드라마에 나온 ‘젊은 치매’는 원인 질환 여부와 관계 없이 65세 이전, 이른 나이에 오는 초로기 치매를 말하며 초로기는 45세에서 60세로 노년에 접어든 초기를 뜻한다.

치매는 노인성 질환으로 고령층에서만 발병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초로기 치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노인만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노인 기준인 65세가 안 된 초로기 치매 환자는 약 7만명이다. 국내 치매 환자 수가 약 73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치매 환자 10명 가운데 1명은 초로기 치매인 셈이다.

초로기 치매의 발병은 알코올과 매우 관련이 깊은데 그래서 알코올성 치매는 대표적인 초로기 치매 유형으로 꼽힌다. 우리 뇌에는 뇌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유해 물질을 걸러주는 혈액뇌장벽이란 필터가 있다. 그러나 알코올은 혈액뇌장벽에 여과되지 않고 바로 우리 뇌에 도달해 뇌세포를 파괴시키고 뇌 기능을 떨어뜨리는 등 직접적이고 강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뇌와 신경계에 꼭 필요한 영양소인 비타민 B1(티아민)의 흡수를 방해해 뇌 위축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오랜 시간 술을 마신 사람의 뇌는 정상인보다 쪼그라들고 뇌 기능이 저하돼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크다.

실제로 최근 국제학술지에 실린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 환자의 경우 절반 이상이 알코올 사용 장애 진단을 받았거나 알코올 섭취와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음주에 의한 뇌 손상이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는 사실은 국내외 연구들을 통해 이미 여러번 입증된 바 있다.

알코올성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바로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 현상이다. 블랙아웃은 알코올의 과다 섭취로 뇌의 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의 기능이 마비돼 발생한다. 한 번의 블랙아웃이 생기면 뇌에 작은 멍이 든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몸에 생기는 멍과 달리 뇌에 생기는 멍은 사라지지 않는다. 잦은 음주로 블랙아웃 횟수가 늘어나면 뇌에 멍이 계속 늘어나고 갈수록 커져 결국 알코올성 치매를 유발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두 차례 필름이 끊기거나 술 마시고 기억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 수 없고 기억나지 않는 행동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놓였어도 ‘술 마시면 그럴 수 있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모든 병은 증상을 가볍게 여기고 방심하며 시작된다. 무엇보다 알코올성 치매를 비롯한 젊은 치매는 노인성 치매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되므로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아직 나이가 젊다 하더라도 블랙아웃을 경험한다면 뇌가 손상되고 있다는 위험신호임을 알아차려 잘못된 음주 습관을 바로 잡도록 노력해야한다. 특히 6개월 안에 2번 이상 필름이 끊기는 경험을 겪었다면 반드시 전문병원에 방문해 검진과 치료를 받길 바란다.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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