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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매거진] 슬기로운 새학기 ② 성적보다 더 챙겨야 할 ‘정신건강’
기사 입력 : 2020.02.26 14:05 | 수정 : 2020.02.26 14:05

심신이 건강해야 할 청소년기. 우리 아이가 먹을 음식이나 운동만큼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단연 ‘정신 건강’이다. 몸과 뇌가 성장하는 시기에 부딪힐 수 있는 각종 스트레스 상황과 그로 인해 촉발될 수 있는 정신장애는 이후 평생에 걸쳐 지속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늘날에 자라나는 아이들이 겪는 정신적 어려움은 생각 이상이다. 가정에서의 불화, 학교에서의 과열된 경쟁, 친구관계,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청소년기 급격한 신체, 정신적 변화와 맞닥뜨리면서 극단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국내 연구팀 조사 결과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이 겪는 정신질환 중 적대적 반항장애(5.7%)가 가장 많았으며, 특정 공포증(5.3%),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3.1%), 틱장애(2.6%), 분리불안장애(2.3%)가 뒤를 이었다. 이들 정신질환은 연령에 따라서 발생 분포가 다른 경향을 보인다. 건강의료전문미디어 매경헬스는 초, 중, 고등학교 각 단계에 주로 발생하는 정신질환을 해부해본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유재현 교수(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자문을 토대로 알아보았다.

1. 초등학교 한 학급에서 2명 이상은 해당… ADHD, 틱장애, 분리불안장애
초등학생 어린이가 있는 부모에게 가장 잘 알려진 질환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다. 주의력이 떨어지고 산만해 통제가 힘든 것이 특징이다. 또한 스트레스가 많은 진학 초기에 아동들이 별 이유 없이 눈을 계속 깜박이거나, 킁킁대거나 기침소리를 내는 등 평범하지 않은 증세를 보일 수 있다. 이는 바로 초등학생의 5~24%가 경험해본 적이 있다는 ‘틱(Tic)’ 증세로 ADHD와 같이 초등학생의 양대 질환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이에게 나타난 이상증세를 바로 눈치채고 올바르게 개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관심을 끌려는 행동’으로 오해하고 방치하거나, ‘혼이 나면 고쳐진다’는 생각으로 무섭게 화를 내거나 벌을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의미심장한 행동에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유재현 교수는 “ADHD나 틱장애는 유전의 영향 및 타고난 기질과 관련이 크고, 아이들이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증상으로 보시는 것이 타당하다”며 “또한 두 질환 모두 성인으로 갈수록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모님께서는 지나친 걱정이나 처벌적인 개입보다는, 아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마음을 읽어주어 안정감을 주는 것이 우선이겠다. 아이의 증상이 심하여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부모님께서 감정조절의 어려움을 느끼신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2. 사춘기와 반항장애의 경계…어떻게 다뤄야 하죠?
부모나 학교 선생님과 말다툼을 하고 작은 것에도 신경질과 짜증을 부려 ‘중2병’으로 낙인찍히기 쉬운 사춘기 아이들. 이러한 모습은 부모에 대한 의존을 탈피하고 자율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정상적인 청소년의 욕구와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행동의 조절능력이 그만큼 발달되지 않아 공격적, 파괴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사춘기 아이를 다뤄보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춘기가 시작된 아이는 더 이상 부모님 말에 쉽게 순종하지 않는다. 갑자기 변해버린 아이의 모습과 태도에 많은 부모들이 지치기 쉽다. 이에 유 교수는 “대신 ‘협상의 파트너’처럼 대하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야기 내용을 잘 들어보되, 감정이나 의견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유 교수는 “어린 아이였을 때는 모든 것을 부모님께서 책임지고 해결해주시지만, 사춘기 청소년에게는 원하는 것이 무조건 주어지는 것 보다는 선행 조건 (행동, 시기)에 대해 명확히 약속을 정하고 이것이 해결되면 약속한 결과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며 “반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도 책임 (불이익) 을 스스로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속과 신뢰로 쌓은 파트너십이 부모-자녀 간의 갈등의 해소에 뚜렷한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인 사춘기와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할 정신질환이 있다. 바로 적대적 반항장애(Oppositional Defiant Disorder:ODD)다. 일명 ‘반항아’로 불리는 반항장애 아이들은 부모와의 건강한 대화와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조차 어렵다. 다음 증상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고 학업과 사회성에 지장을 초래하면 반항장애로 의심할 수 있다.

이런 반항장애는 부모의 일관성 없는 양육태도, 빈곤과 가정불화가 있는 가정환경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아동도 치료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아이를 만드는데 기여한 가족들의 행동 교정 역시 필요하다.

3. 고등학생 자녀를 유혹하는 ‘자살’… 부모가 캐치해야 할 위험신호는?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6년째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심지어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10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기 주요 정신장애 중 우울증은 자살의 주된 요인이다.

2015년 학생자살사망사안보고서 분석 결과에서는 자살시도 전 54% 정도의 아이들만이 부모나 친구에게 자살 암시 및 위험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부모가 민감하게 자녀의 언어, 행동, 정서 등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재현 교수는 자녀가 보일 수 있는 대표적 자살 위험 신호를 언급했다.

유 교수는 “위와 같은 문제로 자살 생각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의 평가나 치료를 위해서 가까운 기관을 방문하시고, 심각한 경우 입원하여 안전한 환경에서 치료하는 것이 좋다”며 “부모님께서는 언제든 아이의 어려움을 들어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주고, 아이 행동에 대한 섣부른 판단보다는 감정과 생각을 수용, 인정해 주는 모습이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

◆ 정신건강전문가, 만나기까지가 문제
이처럼 국내 소아청소년들은 다양한 정신질환 문제를 겪고 있지만, 대상자의 17%만이 전문가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소아청소년정신과를 통한 약물치료 경험도 6%에 그쳤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치료 정보의 노출, 친구로부터의 따돌림, 진학, 취업 및 보험 가입 등의 불이익, 약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두려움의 주 요인이다.

이러한 거부감을 완화하고 더 많은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와 학계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법과 제도의 정비, 인식 개선 사업, 생명존중문화 조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도 대국민 강좌, ADHD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부모님들이 언제든 어려움을 의논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고 있다.
[ 매경헬스 편집부 ] [ mkhnews@mkhealth.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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