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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숙취운전도 음주운전이다
기사 입력 : 2019.11.14 16:20 | 수정 : 2019.11.15 11:45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말이 다가올수록 각종 모임과 행사로 술자리가 늘어난다. 이로 인해 전날 과음을 한 후 다음날 출근하기 위해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이른바 ‘숙취운전’ 역시 많이 발생한다. 숙취운전은 판단력이나 주의력이 떨어져 위험하다는 점에서 음주운전과 다를 바 없다.

실제 숙취운전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도로교통공단에서 발표한 음주운전사고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출근 시간대인 오전 6시~10시 사이에 1,911건의 음주운전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체의 9.7%를 차지한다고 한다. 게다가 34명은 숙취운전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숙취운전도 엄연한 음주운전이다. 음주 측정 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단속 수치에 해당되면 면허 정지나 취소의 행정처분을 받는 것은 음주운전과 똑같다. 특히 올해 6월부터는 면허 정지 기준이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면허 취소는 0.1%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도로교통법이 강화됐다. 전날 마신 술로도 단속에 걸릴 수 있을 만큼 숙취운전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신 직후의 음주운전에 비해 술 마신 다음날 아침의 숙취운전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8월에는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술이 덜 깬 상태로 학생들을 태우고 차를 운행하려다 경찰에 적발되었는데, 경찰 조사 결과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0.047%였다. 조사 결과 전날 저녁에 술을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에는 전날 술을 마시고 아침에 운전대를 잡은 경찰관이 고속도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42%로 직위해제와 함께 추가 징계가 내려질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음주 후 잠을 자고 나면 술이 다 깼을 거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늦은 시간까지 과음을 했다면 실제 체내에서는 알코올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완전히 분해되려면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뿐더러 수면을 취할 때에는 신체의 신진대사 활동이 감소해 오히려 깨어있을 때보다 알코올 해독이 더욱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신체가 1시간 동안 분해하는 알코올의 양을 보통 10g 정도로 본다. 예를 들어 체중 70㎏ 성인 남성이 19도짜리 소주 한 병을 마셨을 경우 알코올이 분해되는데 최소 4시간이 필요하며, 그 이상을 마셨을 때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2병 이상의 술을 마셨다면 아침 7~8시경에는 아직 술이 덜 깼을 확률이 높다.

이제는 술을 마신 직후는 물론, 과음한 다음 날 술이 덜 깬 채 운전대를 잡는 것 역시 명백한 음주운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만약 전날 과도한 음주로 아침까지 숙취가 남아 있다고 느낀다면 차를 두고 출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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